[FETV=권지현 기자] 올해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가계저축률 상승은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고착화되면 소비가 위축돼 경기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9일 한은이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발표한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가계저축률 상승 고착화 가능성’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0%대까지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6.0%)보다 4%포인트 높은 수치다. 연간 가계저축률이 10%를 넘었을 때는 21년전인 1999년(13.2%)이 마지막이었다.

국내 가계저축률은 1988년 23.9%로 최고점을 찍은 뒤 소비지출 구조 변화, 연금제도 확대 등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02년에는 최저 수준인 0.1%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1997년 13.1%에서 1998년 20.4%로 한때 급격히 오르기도 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 가계저축률 상승은 여행, 숙박·음식과 같은 대면서비스 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감염우려 등으로 위축된 데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내수부양 정책의 효과도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용대 한은 조사국 과장과 이채현 조사역은 “이번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비자발적 소비제약이 주된 가계저축률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높아진 저축률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가계저축률 상승은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투자부진,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우리 경제에 향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높아진 가계저축률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는 가계 소득여건 악화 및 신용제약 증대, 소득 불평등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