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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말로는 투명경영, 현실은 황제경영"…조원태·조현아, 지배구조 '투명성' 논란

조원태·조현아 남매, 주총 앞두고 표심 사기 위해 줄줄이 대한항공 ‘청사진’ 공개
조원태 회장의 사외이사 돌려막기…예스맨 사외이사 앞세운 지배구조 확립
참신성·전문성 떨어지는 조현아측 이사진…'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까지

 

[FETV=김현호 기자] '남매의 난'이 한 달여 앞둔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불을 뿜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그룹의 ‘청사진’을 연이어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양측이 제시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은 아쉬움을 넘어 ‘황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6,7일, 대한항공과 한진칼 이사회를 통해 송현동 부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한 주주 친화적 정책도 공개했다. 조 회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추천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을 물러나게 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립하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도 설치된다. 대한항공 측은 앞으로 거버넌스회의가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사전 검토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성 확립을 위해 위원들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조원태 회장의 이런 결단은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들을 재배치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김동재 대한항공 사외이사는 우기홍 사장의 자리를 대신하고 거버넌스회의 위원장으로도 선출됐다. 하지만 2018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이사는 총수일가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는 2019년 이사회에 상정된 14건의 안건 중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법무법인 광장에 소속된 안용석·임채민 사외이사도 총수 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광장은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고문이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를 맡은 곳이다. 설립자는 이태희 변호사로 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사위기도 하다. 재계 관계는 “이미 대한항공 이사진들은 총수일가와 합을 맞춘 인물들”이라며 “투명한 지배구조와는 거리가 먼 대책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사내이사로 있다. 사외이사로는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 회장,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 신성환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다. 이 변호사는 상법 시행령 상 사외이사 임기를 6년 채웠기 때문에 3월 말 열릴 주총에서 교체가 확실시 된다.

 

조현아·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반(反) 조원태 연합군은 지난 13일, 한진칼의 사내·사외이사 후보군을 각각 4명씩 공개했다. 연합군이 총 8명의 이사 후보를 공개한 이유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은 이후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에 3자 연합이 제안한 새 이사 8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이사회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한진칼은 이사 수의 상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미 연합군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상태로 어떤 인물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시장 기대와는 다른 후보들이 나와 ‘참신함’도 없고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은 SK C&C와 SK텔레콤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는 포스코와 푸르덴셜생명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은 이미 은퇴한지 10년이 넘었고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을 모두 찬성하는 '예스(YES)맨‘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사내이사 후보인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같이 항공업을 경험적도 없다.

 

다른 후보인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는 과거 한진그룹에서 근무한 전례가 있어 조현아씨의 측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김 상무가 A와 같이 일했다”며 “(조 전 부사장의) 아바타”라는 글이 올라왔다. A는 조현아씨를 지칭한다. 또 김 전 상무는 과거 공항관리를 맡으며 항공업 경영과는 거리가 먼 업무를 수행했다.

 

대한항공은 동종업계중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지만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한다. 재무상태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창사 이래 첫 무급휴직까지 시행했다. 이런 가운데 ‘미봉책’을 내세우며 경영정상화를 외친 조원태·조현아 남매가 결국에는 그룹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총수일가는 폭언, 폭행, 밀수, 부정입학, 탈세, 횡령, 배임 등 저지를 수 있는 각종 사건사고는 다 일으켰다. 그동안 대주주의 독단적인 전횡을 막는 역할을 하는 이사진들이 '예스맨‘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진그룹은 ’부하직원‘, ’금고지기‘ 등 총수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을 이사진으로 내세우며 독단적인 경영활동을 이어왔다”며 “조원태, 조현아 남매의 이사진 개편은 황제경영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