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6/art_1561685503874_3adf5f.jpg)
[FETV=김현호 기자] 범(凡) 현대가의 추축인물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故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 故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뛰어난 경영능력과 탁월한 위기관리를 보여준 그는 HDC그룹의 주축 사업인 건설사업을 비롯해 유통, 레저산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HDC그룹 자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이 1999년부터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주택사업의 지속성을 의심한 그는 유통과 레저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시켰다. 호텔신라에 이어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조트 면적을 자랑하는 오크밸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정몽규 회장에게도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정몽규 회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은 현대자동차에 처음 입사했다. 이후 현대가의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정주영 회장의 자식들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후 그는 건설업이 주된 사업인 현대산업개발을 1999년도에 회장직을 맡았다. 따라서 정 회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잇따랐다. 하지만 보란 듯이 의심을 기대로 바꿨다. 그는 2006년 현대산업개발을 건설사 시공능력 순위 4위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위기는 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이 2013년 위기에 봉착하며 10년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회사를 2015년 디밸로퍼(종합부동산개발자)로 선언했고 2만3000가구를 공급하는데 성공한다.
이와 같은 시도로 현대산업개발을 1년 만에 흑자전환 시켰다. 정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던 것이다. 2016년 당시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은 4조7499억원, 영업이익 5172억원, 순이익은 3310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의 취임 이래 17년 만에 거둔 최대 성과였다.
정몽규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면세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 현대산업개발과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HDC는 유통사업 경험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와 함께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출범했다. 김정우 더불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 실적이 전년대비 11% 증가한 2979억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건설업에 이은 유통업도 성공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몽규 회장은 평소 레저 스포츠 마니아로 불리고 있다. 이에 따라 레저산업도 크게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크밸리 운영사인 한솔개발의 지분을 49% 인수했다. 오크밸리는 골프, 스키장, 콘도, 리조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HDC가 보유하고 있는 사업과 연계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HDC는 100% 자회사인 호텔 HDC를 중심으로 서울·부산의 ‘파크 하얏트 호텔’과 속초 아이파크 콘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오크밸리에는 축구장 300배 크기의 용지가 있어 개발사업을 추가로 벌일 수 있는 곳이다. HDC 관계자는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해 사업의 다각화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손대면 터지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정몽규 회장에게도 고민거리는 있다. 일감몰아주기로 불리는 사익편취 문제 때문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시행령 개정 등의 이유로 HDC그룹내의 지분 정리가 필요할 수 있다. 핵심은 정몽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HDC아이콘트롤스(이하 아이콘트)다. 아이콘트는 지주회사인 HDC가 28.98%, 정몽규 회장이 28.8%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아이콘트는 상장되기 전, 정몽규 회장은 44%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현재 지분은 현재 10% 이상이 떨어졌다. 신주발행분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상장이 이뤄질 경우 신주가 발행이 된다. 신주란 유·무상 증자(주식을 발행해 회사의 자본금을 올리는 행위)를 통해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이다. 당연히 주식을 많이 확보하면 기업 지배와 자본금 확보가 용이할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이 신주를 챙기지 않았던 이유는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상장사의 30%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 규제를 하게 된다. 결국 정몽규 회장은 공정거래법상 규제범위에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콘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70%에 달했다. 매출은 지난해 2719억원이다. 결국 정 회장이 회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아이콘트에 일감을 몰아줘 최대주주로써의 이익을 챙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대주주가 상장사의 20% 이상의 지분을 초과할 수 없는 새로운 규정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가 공전(空轉) 상태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법통과가 불투명해 졌다.
정몽규 회장의 머릿속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는 이유는 법 개정 대신 새로운 방법으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은 입법 사항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고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상장사 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의 지분요건을 20% 이상 강화하는 법 개정안은 시행령에 위임된 상황”이라며 “조속히 시행령 개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몽규 회장은 최대한의 지분을 갖고 아이콘트를 지배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이 통과된다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지분 정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업을 지배하는 데 있어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 회장은 HDC그룹의 지분도 33.36%를 갖고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결심만 있다면 시행령 개정을 이뤄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