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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르포] “억장이 무너진다”, 증산 4구역 재개발은 왜 흐지부지 됐나?

토지정비법 요건도 충족했지만 서울시, 연장 받아들이지 않아
증산 4구역, 뉴타운 지정 후 13년간 재개발 진척 없어
최대 50년 된 건물 70%이상 차지해 노후화 돼

 

[FETV=김현호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취임하며 ‘도시재생’을 내세웠다. 기조에 맞춰 취임 이래 2013년 이후 정비구역 363곳이 해제됐다. 무분별한 재개발 보다 부동산 시장이 요통치지 않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이란 철거를 통해 지역의 변화를 가져오기보다 벽화, CCTV, 가로등 설치 등 시설물 보수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도시재생은 도시의 생활과 주거 여건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때문에 낙후된 지역은 재개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재개발 사업을 얻기 위한 서울 동대문구, 성동구 등은 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680명으로 추산되는 인구가 증산4구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은 약 17만2932㎡ 규모로 13년전 뉴타운으로 지정돼 증산동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좁은 도로, 부족한 주차공간, 낙후된 주택 등으로 증산4구역 주민들도 서울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지역은 조합설립을 하지 못해 재정비구역에서 탈락 위기에 놓였다.

 

◆“최소한 사람이 살기 위해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주택에 곰팡이 들고 바닥이 꺼지고 있는데 어떻게 살라고 하는 건지 억장이 무너집니다.” 재정비구역에서 탈락 위기에 놓인 증산4구역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이 정비구역 해제 위기에 울분을 토해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증산4구역이 재개발 무산 위기에 놓인 이유는 조합설립 동의율인 75%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 뒤 2년 안에 조합설립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산 4구역은 2014년 8월 11일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승인 받았다. 따라서 법정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2016년 8월 11일 까지 조합설립 인가(印可)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증산4구역 추진위는 기준 충족을 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증산뉴타운에서 가장 큰 규모인 구역에서 동의율을 채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도정법에 따르면 규정을 지키지 못할시 시장·도지사의 권한으로 정비구역 해제를 규정하고 있다. ‘일몰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일몰제란 정해진 기간 이후 규제와 법령이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제도이다. 증산4구역의 재정비 사업이 위기에 놓인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일몰제’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한을 넘기면 ‘일몰제’를 피할 수 없는 걸까? 2015년 9월 일몰제에 대한 법 개정이 있었다. 이 법은 소유주의 30% 동의를 받은 동의서가 징구되면 일몰제 적용일을 2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증산4구역 주민들은 2016년 6월 토지 등 소유자에게 32%의 동의를 얻어 일몰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동의율이 낮다’며 연장을 거부했고 주민과 서울시간 행정소송까지 이뤄졌다. 대법원은 1월 말 ‘서울시의 재량권’이라는 이유로 일몰기한 연장을 위한 추진위의 행정소송을 패소시켰다. 당시 법원은 추진위가 동의율을 충족 하는데 불투명하다고 봤다.

 

김연기 증산4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증산2구역은 이미 철거 중이고 아파트를 시공하고 있다”며 “50년이 넘는 주택이 밀집해 있고 좁은 도로로 인해 소방차가 못 들어와 화재 진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연소된 주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로 인한 주변 집값 상승이 우려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최소한 사람이 살게 해주는 개발은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며 “거주할 사람이 없어서 공실 상태인 주택이 많고 오갈 때 없는 노인들 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산4구역과 비슷한 서울시의 30개 구역이 내년 1분기 일몰제가 적용된다. 때문에 다른 지역과 또 다른 행정소송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일관되게 재건축과 관련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년 넘는 세월을 기다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시가 재개발 지역의 요구를 모두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형평성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 공인중개사는 “오랫동안 재개발을 기다려온 주민들이 많다며 한쪽 손만 들어주는 행정은 자칫 주택공급에 악형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