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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허영인 회장 구속···경영공백 불가피" SPC 앞날은?

법원 “증거 인멸 우려” 4일 구속영장 발부
할랄 시장 공략·이탈리아 진출 등 해외사업 '빨간불'

[FETV=박지수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한 혐의로 5일 구속됐다. 이에 허 회장이 역점을 둔 SPC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 제빵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SPC는 현재 황재복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허영인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수뇌부가 모두 이탈하는 등 경영공백 상태에 빠지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제빵기업인 SPC는 비상경영 체제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를 결정했다. 이로써 SPC그룹은 황재복 대표에 이어 허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수뇌부가 모두 이탈하는 경영공백 상태에 들어갔다. 

 

허 회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SPC그룹이 2019년 7월~2022년 8월 자회사 PB파트너즈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에게 탈퇴를 강요하고, 따르지 않으면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트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 및 카페 기사 등 인력을 고용·관리하는 회사다.

 

허 회장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지 약 6개월 만에 구속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허 회장은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나타냈던 SPC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PC는 허 회장 구속과 관련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허 회장에 앞서 황재복 SPC 대표 역시 같은 혐의로 지난달 22일 구속기소됐다. 황 대표는 허 회장 지시를 받아 사측에 우호적인 한국노총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노조위원장이 사측에 부합하는 인터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허 회장과 황 대표가 동시에 구속되면서 SPC그룹에 오너 부재 리스크는 현실로 닥쳤다. 지난달 2일에는 SPL 공동대표였던 강선희 대표가 취임 1년 만에 남편 선거 운동 지원을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 SPL은 SPC그룹 베이커리 제조 계열사다. 판사 출신 강 대표는 그동안 그룹 법무와 대관, 홍보 등 대외 업무를 지휘했다. SPC는 강 대표 사임에 이어 황 대표 구속, 허 회장 구속까지 이어지는 사상 초유 ‘대표 부재’ 사태를 맞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SPC그룹 경영진이 강조하고 있는 해외 진출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허 회장은 1994년 회장에 오른 이후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했다. 2015년 SPC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허 회장은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위대한 식품기업)’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10만 일자리,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SPC그룹 대표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기준 미국, 중국, 프랑스 등 10개국에 555개 매장이 진출해 있다.

 

SPC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검찰이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할 당시 허 회장이 일정 조정을 요청한 이유도 해외 사업 때문이었다. 허 회장은 체포 직전까지 이탈리아 현지 진출을 위해 이탈리아 커피 전문 브랜드 ‘파스쿠찌’와 양해각서(MOU) 체결에 공을 들였다. SPC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 같은 이슬람권 국가 할랄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었다.

 

검찰은 구속기간인 최대 20일 동안 허 회장을 상대로 그룹 차원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백모 SPC 전무(구속기소)가 검찰 수사관에게 각종 수사 정보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수백만 원의 향응 등을 준 과정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허 회장 공백으로 장·차남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허 회장이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에게 제빵 사업인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에게는 비알코리아와 섹터나인을 물려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