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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여성CEO가 뛴다] 구지은 아워홈 대표, 범LG家 74년 불문율 '禁女의 성' 허물다

2021년 6월 장자승계 원칙 깨고 범LG그룹 내 첫 여성 대표이사 선임
5년여 간 벌어진 ‘남매의 난’ 최종 승리···실적·성과 기반으로 입지 확대
올해 ‘뉴 아워홈’ 도약···로봇·인공지능(AI) 등 ‘푸드테크 기업’으로 전환

[FETV=박지수 기자] "74년 이어진 범LG家 '禁女의 성'이 무너졌다."

이는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부회장)을 일컷는 말이다.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부회장)는 범LG가(家) 역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아워홈은 지난 2000년 1월 LG유통 식품 서비스 부문이 분리 독립하면서 설립된 식품 회사다. LG그룹은 그동안 철저하게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해 온 기업으로 LG에서 분사된 회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구 대표는 이러한 범LG가의 장자승계 원칙을 깨고 74년만에 탄생한 첫 여성 대표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외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구 대표는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아워홈을 이끌고 있다.

 

1967년생인 구 대표는 고(故)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과 이숙희 여사(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차녀) 사이에서 1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구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와야트코리아를 거쳐 아워홈에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하며 4남매중 가장 먼저 회사 경영에 뛰어들었다. 구 대표는 FD(외식)사업부장, 글로벌 유통사업부장 전무 등을 맡다가 2015년 아워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때만 해도 구 대표는 회사 성장 주역으로 꼽히며 승계 1순위로 거론됐다. 그러나 2016년 오빠인 구본성 당시 대표이사 부회장이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에 참여하면서 구 대표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구 대표는 부사장 직함을 단지 5개월 만인 그해 7월 구본성 부회장과 갈등이 격화하면서 보직해임 됐다가 2016년 1월 구매식재본부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3개월 만에 구 대표는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아워홈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구 대표는 일본 일본돈카츠 브랜드 ‘사보텐’·미국 멕시칸 브랜드 ‘타코벨’ 등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 2013년 478억원이었던 캘리스코의 매출은 구 대표가 취임한 첫 해인 2016년 63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구 대표는 2021년 구본성 부회장이 보복운전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마침내 그 해 6월 지휘봉을 다시 잡으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구본성 부회장은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에 아워홈은 이사회를 열어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했다. 당시 아워홈 최대 주주는 지분 38.56%를 보유한 구본성 전 부회장이다. 하지만 2대 주주인 구지은 부회장(20.67%)이 장·차녀 미현(19.28%)·명진(19.6%)씨와 손을 잡으면서 59.55%의 지분을 확보, 구본성을 압도했다. 이를 기반으로 주주총회에서 21명의 신규 이사들을 추천·선임했다. 기존 이사회(11명)에 구 대표 측 인사가 더해지면서 과반을 넘겼고 구 전 부회장 해임안은 통과됐다.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해온 범LG가에서 구 대표가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을 밀어내고 경영권을 차지하면서 재계의 관심은 구 대표에게 쏠렸다. 범LG가에선 74년만에 첫 오녀 겸 여성CEO가 등장한 셈이다. 구 대표가 취임할 당시에만 해도 재계에서는 반신반의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구 대표는 당시 적자였던 아워홈을 1년여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며 또 한번 실적으로 자신의 경영자로서 자질을 입증했다. 아워홈은 구 회장이 부임하기 직전인 지난 2020년 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창사이래 사상 첫 영업적자를 냈다. 그러나 구 대표 취임 이후 아워홈은 2021년 2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구 대표가 경영을 온전히 책임졌던 2022년엔 매출 1조8354억원, 영업이익 5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5.43%, 108.95% 증가한 수치다.

 

아워홈의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구 대표는 올해를 ‘새로운(뉴·NEW) 아워홈’을 향한 변곡점의 한 해로 만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푸드테크 분야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워홈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푸드테크 등 식음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식음료, 로봇 및 AI, 데이터 기술을 아우르는 푸드테크 분야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푸드테크 기업’으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구 회장은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 직접 참석해 푸드테크, AI, 헬스케어 등 다양한 전시 부스를 둘러봤다.

 

구 대표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아워홈은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폴란드, 베트남까지 총 5개 국가에 법인을 두고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워홈은 향후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아워홈은 단체급식, 식자재유통, 외식, 식품 등 4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70세에 아워홈을 설립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만든 구 명예회장처럼 구 대표 역시 ‘창의’와 ‘모험’을 바탕으로 구 대표만의 새로운 아워홈을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