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4대금융 역대급 이자이익에도...해외투자 기관 선택 갈려

잇단 민생지원에 투자 눈높이 '미달'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 금융지주와 전략적 투자 관계를 모색하는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지난해 금융그룹별로 다른 투자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기관 투자자의 시선이 관망 수준에 머문 금융그룹이 있는 반면, 글로벌 큰손의 투자를 적극 이끌어낸 금융그룹도 있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월 31일 기준 KB금융의 '5% 이상 주주'에는 JP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 Bank), 블랙록(BlackRock Fund Advisors) 두 곳이 해외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통상 대주주로 불리는 '5% 이상 주주'는 한 기업에 유의미한 투자를 단행한 핵심 주주를 말한다. KB금융 지분 6.18%를 보유한 JP모건은 전년 말에는 6.22%를 보유했으나 1년 만에 0.04%포인트 줄였다. 주식 수로는 51만2155주 감소로, 20일 종가(7만3800원) 기준 378억원이 빠져나갔다.

 

신한지주는 지분 5.67%를 보유한 블랙록만이 5% 이상 주주 해외 기관이다. 2018년 9월 이후 5년 6개월 간 블랙록은 신한지주를 단 1개 주식도 더 사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신한지주가 발행 주식수를 늘리면서 블랙록 지분은 2022년 말 5.71%에서 작년 말 0.04%p 줄어들었다.    


두 금융지주가 작년 거둔 역대급 당기순이익과 이자이익을 감안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KB금융은 작년 순익과 이자이익 각각 4조6319억원, 12조1417억원을 기록해 국내 금융지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한금융은 일회성 비용과 전년도 증권사옥 매각이익(세후 3220억원) 효과 소멸 등으로 전년 대비 순익이 6.4% 줄었음에도 4조3680억원을 달성했으며, 이자이익은 10조8179억원으로 자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1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만 10조달러(1경3294조원)에 달하는데, KB·신한금융에 3년 이상 돈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하나·우리금융에는 지난해 투자를 단행, 이전보다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하나금융은 5% 이상 주주에 블랙록, 캐피탈그룹(Capital Group)이 이름을 올렸다. 각각 하나금융지주 주식 6.27%, 5.54%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명부에는 블랙록만 5% 이상 지분을 가진 해외 기관이었으나 1년 만에 캐피탈그룹 투자(1618만5289주)를 이끌어냈다. 20일 종가(6만2000원)기준 1조3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우리금융은 작년 말 기준 블랙록이 지분 4.91%를 갖고 있다. 2019년 지주 체제 전환 이후 글로벌 투자기관의 선택을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었던 우리금융은 지난해 블랙록 투자를 유치했다(본지 기사 <'응답하라 블랙록'...우리금융 이번엔 성공할까> 참고). 지난해 초 블랙록은 우리금융지주 주식 5.07%를 보유해 5% 이상 주주에 이름을 올렸으나 연말에는 5%를 밑돌게 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2023년 8월 우리금융지주 주식의 포괄적 교환으로 발행 주식 수가 늘어 블랙록 지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이 소유한 우리금융 주식수는 3688만8004주로 20일 종가(1만4710원) 기준 약 5426억원 규모다. 

 

국내 1등 금융그룹을 다투는 KB·신한금융이 수년째 해외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데는 작년 내내 이어진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에 이들 수장들이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내건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사에서 각각 '상생하는 경영' '사회적 책임'을 첫 번째 경영 방향, 실천 방안으로 제시했다. 

 

당기순이익과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 글로벌 기관에게 있어 국내 1, 2위 금융그룹 수장들의 잇단 민생금융 지원은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KB국민·신한은행을 압도하는 순익, 26년 만에 민영화 등은 하나·우리금융 투자를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 대형 금융그룹이) 5조원을 바라보는 연순익을 낸다 해도 해외 투자자들로서는 이들 그룹들이 정치적인 어젠다에 휘말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