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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더하기] 파월 '노' 이창용 '예스'...그래서 CBDC 도입해요 안해요?

파월 "CBDC는 중국 방식" vs 이창용 "시급성 지닌 중요한 과제"
한은 실험 맞물리며 상용화 방점...中 선전 속 美 입장변화 주목

 

금잘알(금융을 잘 아는 사람)로 거듭나기 위해 관련 보고서를 챙겨보고 싶어도 보고서 홍수 속 무엇을 읽어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보고서+뉴스' [금융 더하기] 코너를 시작합니다. 매주 화요일 찾아갑니다.

 

[FETV=권지현 기자] "CBDC는 중앙은행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연구 과제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서 발행된다면 국가 간 자본 이동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주권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CBDC는 시급성을 지닌 중요한 과제가 됐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작년 12월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IMF 공동 컨퍼런스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하는 것은 차치하고 우리는 도입 권고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이게 만약 정부(가 관리하는) 계좌라면 정부가 개인의 모든 거래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는 미국에서 그런 것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다"(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바제도 의장, 지난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미 두 나라 중앙은행 총재가 한 사안을 두고 다른 의견을 내는 모습은 매우 드문데요, 최근 CBDC를 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이견을 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로, 원화 등 법적 화폐(법화)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가집니다. 다만 일반적인 법화와 달리 그 가치와 기능이 블록체인(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다는 점이 달라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일상으로 들어오는 미래 화폐-CBDC 도입과 일상의 변화' 보고서를 내고, CBDC 상용화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00여 개국이 CBDC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2029년 이용자 10억명, 발행액 1.5조 위안(약 277조원), 본원통화(M0) 15% 이상 등을 CBDC(e-CNY) 계획으로 내세웠습니다. "CBDC는 금융시장의 새로운 공공재가 될 것"(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 "CBDC가 기존 현금의 대안"(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이라는 글로벌 금융기관 수장들의 발언도 CBDC 도입 필요성에 힘을 실었죠.   

 

 

한국은 어떨까요. 한은은 올해 하반기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 소매 실험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앞서 한은은 총 세 차례에 걸쳐 은행간 CBDC(도매용) 실험을 완료했으며, 작년 5월에는 금융기관 연동 실험도 마쳤습니다. 한은은 이번 소매 실험이 향후 CBDC 발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은이 소매용 CBDC 일종인 예금토큰을 활용해 디지털 바우처를 발행할 계획인데, 예금토큰 등 CBDC의 파생은 CBDC가 채권, 주식 등 전통적 자산을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자산(NFT 등) 거래와도 연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죠. 

 

일상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한은의 실험과 이창용 총재의 작년 12월 "CBDC는 시급성을 지닌 중요한 과제" 발언이 맞물리면서 한국에서는 실생활에서의 CBDC 이용 가능성에 방점이 찍힌 상황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CBDC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막대한 시장 가치 속 다양한 기회를 선점하고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독점 등 디지털경제의 어두운 면을 통제하기 위함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IB) 번스타인(Bernstein)은 2028년 글로벌 통화 공급 중 약 2%(3조달러·4000조원)가 CBDC 등으로 토큰화되고, 같은 시기 CBDC 관련 시장이 최대 2.2조달러(약29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시장 가치보다 '디지털경제 통제력 확보' 부작용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기존 통화 시스템의 안정성을 헤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USDT 등)을 규제하고자 CBDC를 개발 중인데, 미국, 특히 보수층은 이것이 역으로 중앙정부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정부가 디지털화폐 계좌를 만드는 것은 "중국에서 하는 방식"이라며 "연준이 선호하는 방식은 모든 미국인이 개별 계좌를 갖는 것이고, 오직 은행만이 계좌를 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 게 가까운 시일에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도 단언했죠.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도 미국이 CBDC 도입에 부정적일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중국에 지는 것을 싫어하는 미국이 현재 입장을 고수했다가는 중국에 디지털경제 글로벌 주권을 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재 중국은 CBDC 상용화 추진이 가장 빠른 국가로, 이미 2022년 4개국 중앙은행(중국·홍콩·태국·UAE) 간 CBDC 결제를 성공시켰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스탠다드차터드와 e-CNY 신규 사업에 돌입하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