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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또 기본"...하반기 혹한 대비 나선 금융권

금리·물가·전쟁 등 악재 지속...장기 불황 진입 우려 커져
금융사 CEO, 'R의 공포' 대비 "순익·리스크 기본기 다져라"

 

[FETV=권지현 기자]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금융권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올 하반기 닥쳐올 혹한에 대비해 곳간을 정비하며 언제 터질지 모를 리스크(위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동성이 빠르게 마르는 시기,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밝힌 하반기 전략은 순익 사수,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본기 강화'로 집약된다.

 

실제 국내외 경기 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은 탓이다.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며 유동성 긴축에 나섰지만 물가는 잡지 못하고 시장의 변동성만 키웠다. '경기 침체(Recession)'는 통상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할 경우를 뜻하는데,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소비 위축으로 인한 'R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중고'는 최근 몇 년간 금융권이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기에 금융그룹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은행은 그래도 형편이 낫다. 증권사와 보험사, 캐피탈사, 자산운용사 등은 당장 수익 창출이 시급하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진 데다 국내외 유동성이 줄어 새로운 사업, 투자에 선뜻 나서기 힘들고, 기존 운용 자산에서의 이익도 보장받기 어려워졌다. 예전 같으면 올 1분기까지 연거푸 들려오던 '최대 수익 달성'을 되새기며 하반기 다시금 역대급 실적을 노린 청사진을 제시했겠지만, 올해는 일단 자세를 낮추며 당장 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이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어려운 시기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금융사들이 실적 유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각 계열사들이 본업에 충실함으로써 현 상황을 극복해 갈 것을 역설한 것이다. 윤 회장은 "위기가 닥치더라도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호하고,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핵심"이라며 "고객을 더 자주 만나고, 정성껏 관리해 드리자"고 당부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자회사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룹 시너지를 제고, 순익 뒷걸음질을 막아내야 한다는 취지다. 리스크 관리에서도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을 의식한 듯 "상반기에 좋은 성과도 많았지만 고객 신뢰에 상처를 입은 아쉬움도 컸다"며 "물이 바다라는 목표를 향해 가다 웅덩이를 만나면 반드시 그 웅덩이를 채우고 다시 흐른다는 '영과후진(盈科後進)'이라는 말처럼 부족했던 점들을 확실히 재정비하자"고 독려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도 이달 15일 경영전략회의에서 하반기를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 진단하며, "내실 경영과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더욱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 계열사들이 실리 위주로 기본기를 다지고, 오는 9월 말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만큼 위험 대비 체제를 갖추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그룹의 새로운 비전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선포한 자리에서 영업점 등 현장에서 고객을 바로 대면하는 임직원들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리더십센터 내 기업문화셀을 기업문화팀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함 회장 자신이 '살아있는 영업 신화'로 불리는 만큼 경기가 어려울수록 은행, 금융그룹이 기본인 영업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기에 나온 결과물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위기 돌파 전략으로 '기본'을 내세웠다. 이달 15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진 행장은 '기본이 서면 길이 열린다'는 뜻의 '본립도생(本立道生)'을 언급하며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치열한 순익 경쟁이 예고되는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기본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일련의 은행권 횡령 사고에 신한은행도 한몫했음을 의식한 듯 그는 "내부통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자"고도 했다.

 

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하반기 메시지가 비교적 '조촐'하다"며 "국내외 경제 위기의식을 반영해 순익과 리스크 측면에서 욕심내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그룹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려 긴축 모드에 들어간 만큼 은행업을 제외한 그룹 계열사들이 하반기 또는 3분기 이후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간 유동성 덕을 봤는데, 이제는 '겨울'을 준비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