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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깜깜이' 최저임금 결정…노동자 외면한 비판에 직면하다

위원회, 국내경제 여건·미중 무역 마찰 등 고려해 임금 인상
경제만 고려했을 뿐 최저임금법과 관련된 내용 공개하지 않아

 

[FETV=김현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2.87%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의결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가 여론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객관적 자료 없이 최저임금에 가장 민감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 최저임금 의결 직후 4쪽짜리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 ▲최저임금 의결 일지 ▲최저임금 금액과 작년 대비 인상률 ▲역대 최저임금 인상률 등을 담았다. 하지만 이는 기존 양식에 따른 것으로 위원회는 별도의 설명 자료를 내지는 않았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와는 뚜렷이 대조됐다. 작년 최저임금위원회는 기존 양식 자료 이외에 '위원장 브리핑 자료'라는 제목의 7쪽짜리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을 올린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시 위원회는 작년 최저임금을 10.9% 올린 이유를 4가지 항목 등을 공개하며 구체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설명은 논란을 낳았다. 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출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 산출 근거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사용자 측에 요청하라"고 말했다. 이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사용자안(案)을 채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들은 "2.87%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되고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선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브리핑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2.87%로 의결한 것은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한 결과라는 추상적인 설명만 반복했다.

 

또 공익위원인 임승순 상임위원은 "지금 사용자 측에서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는 금융 파트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실물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 마찰과 일본의 그런 부분(무역 보복 등)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얘기가 많고 그런 부분이 많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최저임금법에 입각한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저임금법은 국내외 경제 여건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사용자 측이 설명한 내용은 법에 입각한 주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박준식 위원장도 "위원장으로서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밝혔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의 구체적인 산출 기준을 설명하지는 않은 것이다.

 

물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저임금 노동자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한 공익위원은 사용자 측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에 따라 생활 계획을 세운다”며 “노동자의 삶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측이 의결 기준을 ‘깜깜이’ 공개하고 경제 여건을 고려했다고 주장하는데 있어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기획재정부가 고려해야 할 경제 상황보다 우선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걱정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