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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전자·SK, 중국 경고에 "나 어떡해"

"올바른 판단 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에 압박 수위 높여
이재용 부회장,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부담감 상당
최태원 회장, 잠재된 문제해결에 총력

 

[FETV=박광원 기자] 최근 삼성전자·SK 등 한국기업들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 편에 서야 할 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공업정보화기술부는 지난 4일과 5일 걸쳐 주요 글로벌 기술 기업을 불러 중국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 심각한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에 불려간 기업에는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ARM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포함됐다.

 

이번 중국 정부의 호출은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임원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을 찾아 당부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화웨이는 자사의 부품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국내 기업에 당부한 바 있다.

 

그룹 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은 가뜩이나 불안한 내부사정을 떠안고 있는 처지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 이유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결과에 따라 먼저 진행된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기에 최근 IT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반도체 업황의 더딘 회복·화웨이 사태 등이 맞물려 외부적으로도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웨이 사태로 반도체 사업이 단기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최근 해외 사업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도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고민과 부인과의 이혼 문제 등 잠재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

 

두 기업은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을 끊으면 중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시장에서 자칫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에게 화웨이는 5대 매출처 가운데 하나다. 삼성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화웨이와 경쟁하면서도 이 업체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들 기업은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영속하고 싶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반도체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무역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반독점 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5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사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3사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95%가 넘는데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제품을 고가에 팔았다는 의혹이 조사 대상이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을 만나 미중 무역전쟁 속에 한국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나 기업의 판단에 따라 한중 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미국 상무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올린 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화웨이와 거래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