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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기업 허리띠 졸라맨다”...빨간불 켜진 재계

삼성, '임원 주6일제' 그룹 전체로 확대
SK, 24년 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 부활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수익성 개선

[FETV=허지현 기자]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등 경기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 SK 등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이스라엘발(發) 중동전 장기화, 고환율·고물가 현상, 미·중 무역경쟁 심화 등 각종 국내외 악재가 몰리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그룹은 주요 계열사별로 임원 주 6일 근무 확대를 추진하고, SK그룹은 토요일 사장단 회의를 부활하는 등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유사한 계열사나 사내조직을 통폐합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임직원 임금을 삭감하거나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대기업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재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문가들의 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대한민국 주요 기업들이 모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어지는 경기 불황 속 불안을 빠르게 이겨내고, 실적을 회복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내·외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요 기업 비상경영 사례] (자료: 각 사)

삼성 임원 주 6일 근무 확대
SK 토요 사장단 회의 부활
롯데 코리아세븐 사업구조 개선 착수
이마트 법카 골프 금지령
포스코 임원들 임금삭감 및 제도 변화
엔씨소프트 권고 사직으로 경영 효율화

 

▲삼성그룹, '임원 주 6일 근무'...그룹 전체로 확대=삼성그룹은 계열사 임원들에 대해 주 6일 근무제를 전격 도입했다. 급변하는 경제·경영 속에서 각 계열사 조직원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실시하기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 최고경영진의 위기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방증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주말 중 하루는 출근하고 있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주말 6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계열사들이다. 특히 삼성의 전자 계열사 인사팀은 임원들에게 주 6일 근무 동참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토요 사장단 회의 부활'=SK그룹은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2000년도에 '주 5일 근무제'를 첫 도입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24년 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고, SK그룹 임원들은 격주마다 토요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또 휴무일로 지정된 '해피 프라이데이' 복지가 있다. 하지만, 임원들은 그마저도 반납한 뒤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장은 토요 사장단 회의에서 CEO들에게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더 높게,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기민하게 기업의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조만간 계열사간 중복 사업 조정, 비핵심 사업부 정리 등 고강도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내놓을 것"으로 전했다. 또 "수뇌부가 '경영 고삐'를 확실히 죄는 만큼 향후 사업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코리아세븐' 사업구조 개선...=롯데는 최근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사업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는 또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부(옛 롯데피에스넷)의 분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세븐일레븐 매장에 AI와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집약해 매장 운영 첨단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그룹 계열사들 모두 업무 전반에 AI 도입을 늘리며 신사업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시장 환경과 경기 불황 속 신성장 사업 동력으로 AI를 택한 롯데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다"라면서 "그만큼 인건비를 줄이고 많은 사업을 AI로 축약 시켜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 '법카 골프 금지령'=이마트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회사 법카를 사용한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도를 최도화하도록 한 조치다. 지난달 롯데그룹이 주중 골프 금지령을 내린 것에 이어 산업계 전반으로 비용 감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업무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명백한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회사 돈이 아닌 개인 돈으로 골프를 쳐야 한다”며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을 최소화하고, 회사 업무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법인카드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올해 들어 비용 축소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정비용을 낮추기 위해 창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전사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연초 신년사부터 줄곧 수익성 개선을 강조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계열사별 성과에 따라 CEO 인사도 수시로 단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포스코도 피하지 못한 '업황 부진'=포스코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경기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허리띠를 조여매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7대 미래혁신 과제를 선보인 가운데 철강 부분 설비 효율화를 통해 올해부터 연간 1조 원의 비용 절감을 이뤄내겠다"고 공표했다.

 

철강업은 사업 구조상 철광석과 석탄을 비롯한 원료 확보에 수조원을 투입하는데, 철광석·석탄 같은 저가 원료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도 세웠다. 포스코는 또 기존 고로를 대체할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 생산체제 전환을 앞당기기로 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인 제품을 이른 시일 안에 출시해 저탄소 제품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기업문화와 경영 성과 제도를 크게 바꾸고, 임원들의 임금삭감도 단행한다. 장 회장은 임원진의 급여를 최대 20% 반납한다. 스톡그랜트(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 지급하는 주식보상) 제도 폐지도 함께 검토할 전망이다.

 

▲엔시소프트, '권고 사직' 진행=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부터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 공동 대표 체제 속 첫 인력 감축 작업에 돌입한다. 엔씨는 지난해부터 엔터와 캐릭터 등 일부 사업을 정리하며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지난 2월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폐업하기도 했다.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직원들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퇴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엔씨는 이들에게 퇴직금과 함께 3~6개월치 급여를 지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엔씨는 인원 감축 규모에 따른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24일 엔씨는 엔씨는 최근 비개발·지원 조직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권고 사직을 통보하고 있다. 엔씨 관계자는 "정확한 구조 조정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체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