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도이치모터스가 연말까지 16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저평가받고 있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되는데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과거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1년 만에 다시 매각하면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자사주를 사들일 현금이 넉넉하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3개월간 100만주의 자사주 매입을 예고하고 나선 도이치모터스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는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자사주 100만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가 이번에 공시한 자사주 매입의 목적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도이치모터스가 밝힌 자사주 매입 방식은 코스닥시장을 통한 장내 직접취득으로 매입 기간은 이달 26일부터 12월 26일까지 총 3개월이다.
도이치모터스가 기업가치 높이기에 직접 나서면서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자사주 매입으로 회사의 가치가 우상향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 풀린 주식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치가 올라간다는 인식이 많다. 실제로 자사주 매입은 매직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주가 부양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의 자사주 매입이 생각만큼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도 나온다. 회사가 과거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1년여 만에 매각하면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도이치모터스는 2020년 3월 취득한 자사주 100만주를 1년여 뒤인 2021년 4월 다시 처분한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드는 만큼 가치가 올라간다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매입했던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풀린다면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효과는 사라지는 셈이다. 도이치모터스의 이번 자사주 매입을 바라보는 업계 일각에서의 시선에 우려가 섞인 이유다.
다만 현금 사정이 넉넉하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과거 도이치모터스가 자사주 처분을 결정한 이유가 운영자금 때문인데 현금이 넉넉한 만큼 같은 일이 반복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도이치모터스의 이익잉여금은 2353억원으로 자사주 매각을 결정했던 2021년 2분기와 비교하면 수백억원 넘게 증가했다.
도이치모터스가 이번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이 50억원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추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여력도 충분하다. 도이치모터스가 이번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 돈은 50억6000만원이다. 회사는 이번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예상금액을 지난 22일 종가였던 5060원을 기준으로 계산했다고 공시에 밝혔다.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는 “자동차 유통 부문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노하우와 수직계열화로 갖춘 탄탄한 사업 구조를 통해 최근 수익성 강화를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다”며, “안정적인 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