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는 푸르덴셜생명 본 입찰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에서는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격은 2조원에서 3조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최대주주는 푸르덴셜인터내셔널 인슈어런스 홀딩스(100%)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465억원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자산총계는 20조8081억원이며,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515.04%에 달한다. 쉽게 말해 보험금을 다섯 번 지급해도 ‘돈이 남는다’는 뜻이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363.2%이며 24개 생보사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301.2%이다.
이번 본 입찰에는 KB금융지주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등 총 4곳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전을 이끄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어떤 지략 대결을 펼치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명의 수장들은 국내외 명문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고 은행, 투자은행(IB) 등 금융회사에 M&A 관련 경험을 쌓았다. 40대의 '패기'냐 50대의 '연륜' 아니면 60대 '노련함'이 승리할 지 인수전을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다.
■ '재무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보험·증권사 인수 성공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윤종규(65) KB금융지주 회장은 광주상고 졸업 후 외환은행에 입행했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서울대 경영학석사(MBA) 및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5회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대학 시절 학내시위 전력 때문에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뒤 부대표에까지 올랐다. 2002년 KB국민은행에 영입돼 재무전략본부 본부장과 부행장(CFO·CSO)을 역임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다 2010년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에 선임된 뒤 2017년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윤 회장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 등 굵직굵직한 M&A를 성공시키며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생보사 인수에 관심을 가져왔다. 윤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궁 게임이라고 하면 10발 중 남은 한 발을 확실하게 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생명보험 분야를 더 보완해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여망이 있다"고 생보사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과의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 경쟁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실패하며 그동안 지켰던 '리딩뱅크' 자리를 신한금융에 빼앗겼다. 윤 회장에게 이번 인수전은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 'PEF 신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우리금융과 손잡고 롯데카드 인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국내 PEF 업계의 ‘신화’로 통한다. 1963년생으로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막내 사위이다. 김 회장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 하버포드칼리지와 하버드대 MBA를 마쳤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시티그룹)를 거친 정통 ‘월스트리트맨’이다. 김 회장은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미국 칼라일그룹의 한국 대표를 맡아 2000년 9월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2004년 2월 7000여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시티은행에 매각하는 데 성공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2005년에는 자신의 영문 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의 이니셜을 딴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MBK를 설립해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로 키워냈다. 2015년에는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신한금융에 되팔아 2조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겨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MBK는 지난해 우리은행과 손 잡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해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푸르덴셜 예비 입찰 당시 MBK가 가장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통산업' 집중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 오렌지라이프 인수 실패 만회 하나
1971년생인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은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받았다. 모건스탠리 PE 한국 대표, 모건스탠리 PE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2010년 한앤컴퍼니를 설립해 단숨에 회사를 국내 사모펀드 2위로 끌어올렸다. ‘집중투자’와 ‘장기투자’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 사장의 가장 큰 경영활동은 한라공조(현 한온시스템) 인수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국타이어와 함께 한라공조 지분 69.99%를 36억 달러(4조원)에 매수했다. 국내 사모펀드가 진행한 인수합병 거래 중 역대 최대규모였다.
한 사장은 2014년 6월 한진해운, 현대상선으로부터 전용선 사업을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을 설립하고 SK해운 경영권을 사들이며 해운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정보통신(IT) 같은 신산업보다 시멘트, 해운 등의 전통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앤컴퍼니는 작년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지만 결국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게 자리를 내줬다. 한 사장이 작년의 아픈 기억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공인회계사 출신 송인준 IMM PE 대표, '바이아웃 전략' 먹힐까
공인회계사 출신인 송인준 IMM PE 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1년 글로벌 회계법인 아더앤더슨과 한국종합금융에서 M&A 경험을 쌓았다. 2001년 부실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IMM파트너스(현 IMM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IMM’은 ‘세계가 내 손에 있다’는 뜻의 라틴어 ‘인마누스 몬두스’에서 따왔다. 2006년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분리해 독립된 IMM PE를 세웠다. 독립 14년 만에 IMM PE는 대한전선과 할리스에프앤비, 에이블씨엔씨, 태림포장, 현대LNG해운 등의 대주주로 성장했다.
IMM PE의 주무기는 지분 투자 후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지분을 다시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바이아웃(buy-out)‘ 전략이다. 기업의 인력 감축 없이 밀착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자동차 와이퍼 업체 캠프, 할리스커피,에이블씨엔씨(미샤)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IMM PE는 우리금융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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