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불매운동 장기화에 日 맥주 60%·화장품 20% 안팎 매출 감소
유통업체·지자체도 동참…롯데百, 추석 선물세트서 일본산 제외
식당·이자카야 등 일본 식당들도 피해…“선의 피해자 없어야”
[FETV=김윤섭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한 달을 맞았다. 지난달 초 불매운동이 시작될 무렵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 달 동안 한국의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의지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일 발표한 ‘제4차 일본제품 불매운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4.4%)이 현재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19세 이상 성인 4320만명 중 2780만명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달 10일 1차 조사에서는 2명 중 1명 꼴(48.0%)이었는데 2차(17일) 조사에서 54.6%, 3차(24일) 62.8%로 점점 참여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5.9% 이었다.
소비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새로운 소비자 운동으로 한걸음 진화했고 일본 기업의 사과를 이끌어냈고 이제 유통업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동참하고 나섰다.
이번 불매운동의 특징은 ‘목표’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상징적인 기업, 브랜드, 제품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상 제품도 맥주와 패션브랜드, 화장품은 물론 자동차와 의약품 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불매운동으로 가장 눈에 띄는 타격을 입은 상품은 단연 일본 맥주다.
지난달 1∼29일 일본 맥주 매출은 편의점 CU에서 전년 동기보다 49%, GS25에서는 40.1%나 빠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 맥주나 다른 수입 맥주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시장 판도가 바뀌어버렸다. 맥주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에 매출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GS25에 따르면 대용량 캔맥주 매출 부동의 1위를 유지해온 아사히는 이달 들어 1위 자리를 카스에 내주고 7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기준 매출 7위와 9위를 기록했던 기린이치방과 삿포로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마트에서도 지난달 1∼30일 일본 맥주 매출은 전달보다 62.7%나 빠졌고 일본 라면은 52.6%, 조미료는 32.9% 감소했다.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대표적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이번 불매운동의 ‘상징’이 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불매운동 초기 유니클로 일본 본사 임원은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에 발언을 했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유니클로는 두차례나 사과문을 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 싸늘해졌고 택배노조에서는 유니클로 제품은 배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효과도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매출은 불매운동 이후 약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30일 백화점 매장에 입점한 유니클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불매운동 움직임이 한 달째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매출 감소의 여파는 다른 패션·화장품 브랜드까지 미치고 있다.
SK-Ⅱ나 시세이 같은 화장품 브랜드는 20%가량, 꼼데가르송과 이세이미야케 등 일본 패션 브랜드는 10% 이상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유통업계가 처음부터 이렇게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어느 정도 눈치작전을 펼치던 유통업계였지만 소비자 개개인의 참여에 힘입어 이제 유통업체와 지방자치단체까지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편의점 업계는 수입 맥주 '4캔에 1만원' 할인 행사에서 일본 주류를 모두 제외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추석에는 일본주류인 사케 등을 선물세트로 구성해 판매했지만, 올해는 일본산 제품은 선물세트에서 제외했다.
서울 서대문구 등 전국 52개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대전시약사회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철회될 때까지 일본산 의약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고 대구 등지에서도 카베진과 화이투벤 등을 팔지 않는 약국이 나오는 등 불매운동 대상이 의약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증샷을 남기면서 불매운동이 한 달 가까이 지속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번 불매운동을 '오래 가지 못했던 과거의 사례와 다르게 이례적으로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진단하는 등 한국 내 불매운동 장기화 움직임을 조명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장기화되면서 피해를 보는 이들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음식과 술을 파는 식당이나 주점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국산 재료를 쓰고 직원들도 한국인이라 일본과는 무관한데도 일본 음식과 술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불똥이 튄 것이다. 실제로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일식당과 이자카야 주점들이 매출 감소의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이자카야 업주는 "불매 운동이 시작된 7월 초부터 하루 매출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면서 "단골들도 와서는 불매 운동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주도 "(일본 술인) 사케가 특히 안 팔린다"고 말했고, 일부 일식당에서는 일본 맥주 등 일본 관련 제품을 모두 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른 술집 주인은 "일본 아사히 생맥주가 아예 안 나가고 대신 국산 생맥주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불매 운동 후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을 하더라도 우리 국민이 국산 재료를 쓰는 일식집까지 일본 것이라고 불매하자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얼마 없지 않겠느냐"면서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내국인 종업원을 쓰는 일식당까지 발길을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식당들도 일본산 대신 국산 식재료와 주류 등을 들여놓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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