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향 게임의 전설 ‘어이쿠 왕자님’은 어떤 게임?
동인서클 대인배들, 15년에 리메이크...폭발적 반응
텀블벅 펀딩 1주일 8.2억원 모금...목표액 990% 초과
[FETV=최명진 기자] 여성향 게임의 전설로 불리는 ‘어이쿠 왕자님 호감가는 모양새(이하 어이쿠 왕자님)’의 리마스터 펀딩에 8억원을 웃도는 거액의 투자금이 모이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어이쿠 왕자님'은 2008년 서울 코믹월드에서 동인서클 ‘대인배들’이 만든 여성향 육성 시뮬레이션이다.
당시엔 인디 게임을 판매할 창구가 없던 시절임에도 어이쿠 왕자님은 높은 퀄리티의 일러스트와 게임성, 다양한 패러디로 입소문을 탔다. 15년 동안 게임의 인기가 식지 않은 결과 제작자들이 15년만에 리마스터 버전을 내놓는 다는 소식은 게이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모았다.
이에 텀블벅 펀딩 시작 1주일만에 8억2000만원, 목표 금액의 990%를 달성했다. 2일 기준으로 어이쿠 왕자님의 펀딩금액은 8억7000만원으로 후원자는 9100명을 넘어섰다. 아직 펀딩기간이 30일이 남아있기에 종료 시점에서 펀딩 금액은 1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디게임 펀딩이 1억원을 웃돌기는 이례적 이례적이다.
펀딩에 참여한 참가자도 엄청났다. '아이쿠 왕자님' 총 펀딩 참가자 수는 이미 8500여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마감시점엔 1만원을 훌쩍 상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대인배 들도 아이쿠 왕자님의 펀딩 금액이 120%를 돌파하자 강수진 성우를 다시 한번 섭외, 오디오드라마를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어이쿠 왕자님은 코믹월드를 무대로 동인 활동을 해왔던 동인써클 ‘대인배들’이 만든 여성향 육성 시뮬레이션이다. 당시 ‘대인배들’은 일본의 유명 육성 시뮬레이션 ‘프린세스메이커’에서 영감을 얻어 ‘왕자’를 키우는 게임 ‘어이쿠 왕자님’ 개발에 착수했다. 이전부터 한국왕립발레고등학교를 비롯한 창작 만화 활동을 해왔던 이들은 어이쿠왕자님을 통해 지금까지 한국 동인 게임계의 전설로 불리고 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 마니아들의 취향을 확실하게 저격했다는 점이다. 개발팀 대부분이 만화,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또 동인활동으로 여성 마니아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게임 시스템과 일러스트가 어이쿠 왕자님의 강점이다. 기본적인 틀은 프린세스 메이커를 벤치마킹했지만 일기장 시스템이나 플레이어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는 등 프린세스메이커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여기에 한국인이라면 웃을 수 밖에 없는 갖가지 패러디가 난무하면서 게임의 몰입감을 살렸다.
이에 어이쿠 왕자님은 현재까지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한국 동인게임의 대표작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당시에는 인디게임을 온라인으로 다운로드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거의 없던 시절이기에 직접 배송하거나 현장 판매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판매된 행사는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인터넷으로 게임을 산 이용자들은 1일의 배송지연에 몸부림을 쳤다. 향후 이 게임은 강수진 성우를 비롯한 국내 정상급 성우들의 드라마 CD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연세대학교에서 이 게임을 주제로 한 논문이 발간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15년 가량 지난 1월 대인배들은 텀블벅을 통해 ‘어이쿠! 왕자님’ 리마스터 펀딩에 나섰다. 지난달 12일 발표된 어이쿠왕자님 리마스터 소식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히 게임 본편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들과 함께 전설로만 내려오던 게임의 리마스터 소식에 젊은 게이머층도 큰 관심을 보였다.
게임업계 한 전문가는 “동인게임은 인디게임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다. 어이쿠왕자님이 출시되던 시절에는 일본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았다”며, “특히 어이쿠왕자님은 여성향이라는 비주류 장르에서 기록적인 판매고와 명성을 얻은 작품이다. 개발진들의 후속작인 ‘허잇차! 세자님’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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