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상반기 이자이익 4.6조원, KB·신한 이어 수년째 금융지주 '3위'
높은 대출비중·NIM 영향...설립 목적 퇴색, 진지한 고민 필요

[FETV=권지현 기자] '농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한다' (농협법 제1조)
NH농협금융지주가 수년째 역대급 이자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융지주들의 호실적 달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농업인의 경제적 지원'이라는 농협의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농협금융의 높은 이자이익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1~6월) 이자이익 4조5669억원을 기록,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년 전(4조1652억원)보다 9.6%(4017억원) 증가한 규모다. 2020년 상반기 농협금융의 이자이익이 3조9201억원으로 4조원을 밑돌았음을 감안하면 2년 만에 4조원대 후반을 바라볼 만큼 이자이익이 대폭 늘어났다.
농협금융의 높은 이자이익은 다른 금융지주와의 비교에서 더 확연히 드러난다. 올 상반기 농협금융은 KB금융지주(5조4418억원), 신한금융지주(5조1317억원)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리딩금융'을 다투는 금융지주 투톱 다음으로 높은 이자이익을 거둔 것이다. 이어 하나금융지주(4조1906억원), 우리금융지주(4조1030억원) 순이다. 특히 농협금융은 2019년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상반기 기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하나·우리금융보다 이자이익을 더 냈다. 올해 농협금융은 이들보다 5000억원 가량 더 거뒀다.
농협금융의 과도한 이자이익은 순익과의 비교에서도 잘 드러난다. 농협금융은 올 상반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을 포함한 금융지주 5곳 가운데 가장 낮은 순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순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가장 높다. 이는 농협금융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매분기 납부하는 분담금인 농업지원사업비를 순익에 포함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농협금융은 올 상반기 순익 1조3505억원(농업지원사업비 제외)을 기록, 순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 338.2%를 나타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97.4%, 188.6%를 기록했으며, 하나금융(242.6%)과 우리금융(233%)도 300%를 밑돌았다. 농협금융은 작년 상반기에도 순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이 나홀로 300%대를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농협금융이 이자이익 '빅3'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은 덩치 대비 대출채권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6월 말 농협금융의 총 대출채권은 329.9조원으로 총자산(536.4조원)의 61.5%를 차지한다. 올 상반기 총자산과 당기순이익 모두 1등을 차지한 KB금융지주(62.5%)와 맞먹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은행들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전체 영업망의 약 70%가 쏠린 반면 농협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갖춘 데다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펼친 점이 대출자산 확대에 기여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고객들에게 농협은 정부가 보증을 해준다는 이미지가 강한 점도 큰 몫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순이자마진(NIM)도 이자이익을 거들었다. 6월 말 농협금융의 핵심자회사인 NH농협은행은 NIM 1.68%를 기록, KB국민은행(1.7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1.58%를 나타냈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59%, 1.53%를 기록했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인 예대마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농협금융의 설립 목적과 그 뿌리를 고려하면 과도하게 높은 대출 비중과 이자이익을 곱게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금융은 1961년 설립된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2012년 3월 신경분리(신용사업 부문과 농업경제 부문 분리)를 하면서 탄생했다. 현재는 은행·보험·증권·캐피탈·저축은행 등 9개의 자회사를 둔 종합금융사로 거듭났다. 당시 신경분리의 목적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민의 자립 지원'이라는 농업협동조합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실제 농협금융지주는 '하는 일'에 대해 '농협 본연의 활동에 필요한 자금과 수익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농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에서 일하던 당시 경쟁 은행을 거론할 때 농협은행은 아예 제외했는데, 이처럼 통상 '4대 금융'과 '4대 은행'에 농협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총자산과 당기순이익 규모 외에도 설립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농민의 경제적 지원을 목표로 설립된 농협금융이 리딩금융을 다투는 KB, 신한에 이어 이자이익 3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농협금융이 '차별화된 농업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수익 전액을 고객, 지역사회와 나누고 농업·농촌으로 환원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구성원들이 손 회장의 발언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농협'다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 농협 자회사 관계자는 "입사 당시 초급으로 입사한 직원들을 교육하는 자리에서 강사로 나선 지점장이 '농협이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이자로 돈을 벌고 있어 씁쓸하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현재 농협금융지주에 있어 농협의 정체성은 농업지원사업비에 겨우 남아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다른 금융지주가 ESG 활동에 뿌리는 금액을 생각하면 큰 규모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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