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올해 1분기(1~3월) 국내 주요 증권사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됐다.
미래에셋증권이 올 1분기 10대 증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순자본비율(NCR)이 상승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 NCR(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필요유지자기자본)은 증권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NCR이 높을수록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위기 대응능력을 나타낸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메리츠·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키움·대신증권)는 올해 실적 악화와 자본건전성 악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 1분기 총 순이익(1조506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감소한 가운데 평균 NCR도 1417.1%로 작년 말 대비 약 90%포인트(p) 낮아졌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 약세가 심화되고 금리·환율이 치솟자, 증권사들의 영업활동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1분기 10대 증권사의 합계 영업용순자본(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4694억원 줄었으며, 총위험액(보유자산의 손실예상액)은 724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가 하락하고 금리 및 환율이 높아지는 등 업황이 악화되자 증권사에 발생 가능한 손실액이 많아졌다"며 "필요유지자기자본이 변동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별 NCR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2198.2%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한국투자증권(1998.2%), NH투자증권(1863.7%), 키움증권(1452.1%), 메리츠증권(1375.4%), KB증권(1350.8%), 신한금투(1219.8%), 하나금투(1180.3%), 삼성증권(1155.0%), 대신증권(377.0%) 등이 따랐다.
10개사 중 9개사의 NCR이 하락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만 홀로 64.8%p 상승했다. 영업용순자본이 3000억원 가까이 줄었지만, 총위험액은 약 4000억원으로 더 크게 줄어 NCR은 오히려 높아졌다. 1분기 적극적인 투자자산 회수를 통해 레버리지를 억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큰 하락폭(-367.7%p)을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영업용순자본이 2000억원 가까이 줄었는데, 총위험액은 3000억원가량 커졌다. 작년 말 10대사 중 1위였던 NCR 순위도 한단계 내려앉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활동에 따라 순자본비율 역시 변동하기 마련"이라며 "적정 수준의 재무건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 NH투자증권(-213.0%p), 키움증권(-81.2%p), 신한금투(-66.0%p), 대신증권(-62.7%p), KB증권(-57.3%p), 삼성증권(-52.6%p), 메리츠증권(-51.3%p), 하나금투(-12.0%p)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한편 주요 증권사의 NCR 하락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증권사들의 본업인 투자가 활발해질수록 리스크가 커지고 자본확충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NCR이 다소 낮아진다는 것이다.
모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1분기 전체적인 증권사 NCR은 하락했지만, 금융당국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충분히 지키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높은 수치일 경우 지나치게 리스크를 거부하고 증권사 본연의 업무인 투자 활동에 소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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