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국민혈세' 1조 투입한다는데…'위기의 두산家' 곤혹스런 박정원 회장

등록 2020.03.31 11:13:45 수정 2020.03.31 11:14:17

국책은행, 주식 담보로 경영난 시달리는 두산중공업에 1조원 지원
헛다리 짚은’ 박정원 회장…단기차입금 늘지 않는다 했지만 더 늘어
두산重, 갈수록 늘어가는 차입금에 올해 갚아야 하는 빚 4조원 육박
변화하는 추세 따라가지 못한 경영진…사업 전략 바꿔 ‘위기극복’

 

[FETV=김현호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27일 두산중공업에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것이다. 국책은행들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두산중공업 주식과 부동산(두산타워)신탁수익권 등을 담보로 잡았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산은 측은 “두산중공업이 상황을 감안하면 법적절차를 통한 검토가 타당하나 기간산업, 실업,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책적 자금지원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구노력 등을 보면서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구노력이 손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재무상태가 ‘악화일로’에 빠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차입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조9000억까지 치솟았다. 수익창출력 대비 12.2배에 달했다.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인 BBB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랐다. 올해 갚아야하는 은행권 채권액은 4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에 1분기는 날렸고 휴유증도 남은 기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 정상화가 ‘갈 길이 구만리’라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능력도 의문이다. 박 회장은 2018년 대한상의 신년인사회에서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더 늘어날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신용등급의 하락은 자금 조달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기차입금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또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2017년 9월말 총차입금 규모가 4조9000억원대에 달했는데 2년 만에 1조원이 늘었다.

 

담보로 맡긴 두산중공업 주식도 4000억도 안 되는 수준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몸집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하는 카드는 고정비 줄이기다. 또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국민혈세까지 투입된 두산중공업 정상화는 결국 현 경영진들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선 분위기다. 두산중공업은 원전에 들어가는 원자로·증기발생기 등을 만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문재인 정부 때문에 회사의 경영난이 악화됐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회사의 경영난은 시작됐고 사업전략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 경영진들이 변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제대로 된 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의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업은 석탄화력발전사업이다. 이 사업의 비중은 70% 달한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에너지전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8년 세계 전력 투자액의 40%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이뤄졌다. 또 2040년 재생에너지 투자액을 7조9900억달러로 전망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195개 국가의 파리기후협약도 탈석탄을 가속화 시켰다.

 

이로 인해 회사의 사업 포토폴리오도 수정했다. 최형희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3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두산중공업은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가스터빈, 신재생, 서비스를 비롯한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지난해 3분기 2조1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41.8%가 감소했다. 또 수주잔고는 같은 기간 약 2조원이 떨어진 상태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두산중공업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대주주에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구상한 사업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박정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위기의 두산중공업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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