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항공업계 3세 경영시대를 맞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며 본인의 입지를 넓혀가는 반면, 박세창 사장은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으로 인해 능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사실상 금호그룹내 배치 전환을 기다려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 [사진=아시아나IDT]](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6/art_1561687194195_9c8751.jpg)
▲ 비운의 황태자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
조원태 회장과 함께 항공업계를 이끌 3세 경영자로 주목받았던 박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룹이 현재와 같은 위기에 빠지지만 않았어도 박 사장은 자연스럽게 박삼구 회장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조종간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하기로 결정 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오너일가 보유 지분이 사라졌다. 또 현재 박 사장이 이끌고 있는 아시아나IDT가 만약 향후 매각에 포함될 경우 박사장은 그룹내에서 입지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분리매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 사장의 경영권 방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그룹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이후에는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6개를 통매각 하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매각 진행 이후 여려 인수후보들이 인수설을 부인하는 등 매각 진행이 더디게 진행되자 인수후보를 크게 넓힐 수 있는 분리매각을 시도한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에선 일괄매각보다 분리매각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괄매각보다 인수자의 비용 부담이 낮아져 인수 후보의 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괄매각이든 분리매각이든 박세창 사장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될 경우 승계가 이뤄지더라도 기업 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대폭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종료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엔 금호고속·금호산업·금호리조트 등만 남게 된다. 따라서 박 사장이 향후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이나 금호산업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금호고속·금호산업·금호리조트 세 회사의 영업이익은 다 합쳐도 800억원 수준에 머문다.
박 사장의 향후 행선지로는 금호산업이 유력하다. 금호그룹의 재건과 경영안정화를 이끄는 동시에 승계 작업을 염두에 둔다면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 또 금호산업은 매년 부채비율이 줄고 있는 등 재무건전성도 양호해, 건설업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박 사장이 오더라도 경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6/art_15616871944971_67e812.jpg)
▲ 고공비행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회장은 박세창 사장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한진그룹 회장직에 오른 이후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를 통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뤘으며, 최근에는 11조 원 규모의 신기재 도입을 결정하는 등 그룹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고 있는 델타항공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며 든든한 우호군을 확보해 당장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공세로부터 오너가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됐으며 조원태 회장 체제에서도 델타항공과의 관계를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행보에 힘입어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상속세 재원 마련, KCGI의 공세 로부터 경영권을 지켜야 하는 숙제가 있지만 나름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산적한 과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단 지주사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KCGI와의 전면전이 내년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임을 감안하면, 내년 연임을 전후로 이뤄지는 힘싸움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을 보인다. 2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도 부담이다. 조 회장은 올 10월까지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안팎의 불만도 조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이는 물벼락 갑질 사태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무의 경영 복귀로 촉발됐다. 조 회장이 본인의 우호세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지만 주주들의 불만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진그룹 측은 조현민 전무가 10년 이상 마케팅 업무를 담당해 온 경험과 경영그룹의 전반적인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진에어 노조가 이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원태 회장의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