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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꾸기=은행' 옛말 되나...'급증'하는 비은행권 대출

비은행 총대출액 7월 처음 '1100조' 돌파...은행보다 증가세 가팔라
낮은 '중저신용자' 문턱에 금리 경쟁력 갖춰..."비은행, 대출 계속 늘 것"

 

[FETV=권지현 기자]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O씨는 얼마 전 주택 구매 자금으로 5000만원이 부족해 은행권 대출을 알아봤다. 이미 1억원의 대출이 있어 신용점수가 한차례 내려간 O씨는 시중은행 두 곳으로부터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고, 지방은행 한 곳에서는 10%대 고금리 상품을 추천받았다. O씨는 기대출금을 성실히 상환하고 있는데도 추가 대출이 되지 않거나 고금리 상품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해 친구 K씨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K씨는 최근 자신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며 O씨에게 3%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S보험사 상품을 추천해줬다.

 

'돈은 은행에서 빌린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권 총대출액이 1133조원을 돌파하며 2017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 금융권 총대출액에서 비은행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은 증권·보험·카드·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 등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을 일컫는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비은행권의 총대출액은 1133조1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979조8878억원)보다 15.6%(153조1255억원)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은행권 총대출금은 1992조4020억원으로 1년 전(1819조9232억원)보다 9.5%(172조4788억원) 늘었다. 비은행 증가율보다 6.1%포인트(p) 낮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비은행 대출 증가세다. 7월 기준 2016년 685조3307억원이던 비은행 총대출액은 1년 만에 95조4000억원 가까이 늘어 증가율 13.9%를 기록, 단숨에 700조원 후반대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은행 대출액이 4.7%(65조7683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9.2%p 더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 대출은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급증해 최근 5년간 작년 7월 한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은행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올 7월에는 16%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총대출액 가운데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6.3%까지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해 업권별 대출액 증가율의 경우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기타대출 증가폭이 확대됐으나 주담대 증가폭이 축소된 반면 비은행금융기관은 주담대 증가폭이 크게 확대되고 기타대출도 증가폭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증가세가 커졌다"고 말했다. 주담대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대출도 은행보다 비은행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은행권 대출 증가세가 은행권보다 가파른 데는 '중저신용자들'에게 비은행 대출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이 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 부동산·주식 투자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하면서 높은 신용점수를 채우지 못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절 받거나 원하는 한도와 금리를 제공받지 못한 젊은 세대 등이 비은행권 대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설립 취지가 중저신용자들에게 금융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총대출액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증가세가 눈에 띄는데, 주담대처럼 금액이 큰 대출 뿐만 아니라 예를 들면 주택 매수 시 주담대를 받고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한 신용대출 등 대출 전범위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며 "대출 수요자들은 자금 계획에 따라 원하는 한도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은행권보다 높은 한도를 제공하는 점이 비은행권 대출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은행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한 비대면 상품을 적극 출시한 것에 더해 '금리 경쟁력'을 갖춘 것도 대출 증가에 큰 몫으로 작용했다. 실제 대형 보험사들이 내놓은 모바일 대출 상품의 금리는 주담대 최저 연 3.13%, 신용대출 최저 연 3.6%로 은행권과 큰 차이가 없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대출의 경우 그동안 보험 가입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보험계약대출 수요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주담대·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다양한 금융상품 문의가 늘고 있다"며 "고객이 먼저 모바일 등으로 상품을 알아본 뒤 대출을 적극 신청하는 것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은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도 부동산·주식 투자가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어 대출 수요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준금리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동반 상승해 은행권의 금리 경쟁력이 높아질 요인이 보이지 않으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대출 규제는 은행·비은행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대출 열기가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상대적으로 대출 기준이 덜 까다로운 비은행 대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