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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개선에도 은행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는

4대 은행 1분기 BIS비율·단순기본자본비율, 전년比 3.18%p↑· 0.11%p↓
역대급 대출 증가가 원인, 대출자산 관리 통한 '손실흡수능력' 확충 필요

 

[FETV=권지현 기자] 올해 1분기(1~3월) 국내 4대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됐지만 또 다른 자본비율 지표인 단순기본자본비율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가계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기 위해 단순기본자본비율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1분기 BIS총자본비율 평균 18.41%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15.23%)보다 3.18%포인트(p), 3개월 전(17.08%)보다는 1.33%p 오른 수치다. 'BIS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본적정성 지표로 대출업체 등 거래기업의 도산으로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나 은행이 경영위험에 빠지게 될 경우 이를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4대 은행은 최근 1년 새 BIS비율이 모두 개선됐다. 가장 크게 오른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올 1분기 BIS비율은 18.49%로 1년 전(15.01%)보다 3.48%p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17.98%로 전년 동기(15.54%)보다 2.44%p 올랐으며, 하나은행은 15.62%에서 17.3%로 1.68%p 개선됐다. 우리은행은 16.98%를 기록해 1년 전(14.77%)보다 2.21%p 개선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또 다른 자본적정성 지표인 단순기본자본비율은 나빠졌다. 4대 은행의 평균 단순기본자본비율은 5.52%로 1년 전(5.63%)보다 0.11%p 하락했다. 3개월 전(5.6%)보다는 0.08%p 떨어진 수치다. '단순기본자본비율'은 BIS비율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위기 시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낸다. 4대 은행의 평균 단순기본자본비율이 5.5%대로 떨어진 것은 최근 5분기 내 처음이다. 이는 국내 은행 평균보다 낮은 수치다. 국내 19개 은행의 1분기 평균 단순기본자본비율은 6.5%다.

 

 

단순기본자본비율이 가장 크게 악화된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1분기 단순기본자본비율은 5.9%로 1년 전(6.24%)보다 0.34%p 하락했다. 신한은행은 전년 동기와 동일한 5.42%를 나타냈으며, 하나은행은 1년 전(5.63%)보다 0.03%p 떨어진 5.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5.22%에서 5.18%로 0.04%p 하락했다.

 

이처럼 BIS비율이 올랐으나 단순기본자본비율이 떨어진 것은 바젤Ⅲ 최종안 도입에 따라 '늘어난 대출'을 각각의 지표에서 반영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젤Ⅲ 최종안'은 일부 기업대출의 부도 시 손실률(LGD)과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대출 가운데 무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의 LGD를 각각 45%에서 40%, 35%에서 20%로 내리고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춘다. 하나은행은 올 1분기 바젤Ⅲ 최종안을 도입했으며 국민·신한·우리은행은 작년 3분기에 도입했다.

 

BIS비율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기자본을 대출자산의 위험성에 따라 가중치를 둬 평가한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LGD가 작을수록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해 BIS비율은 오르게 된다. 한마디로 바젤Ⅲ 최종안을 도입하면 은행은 대출이 늘어도 위험가중자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증가해 자본비율이 개선되는 셈이다. 이는 BIS비율이 대출이 급증해도 그만큼 원리금을 받을 수 없는 위험을 덜 노출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4대 은행은 올 1분기 총여신액이 1년 전보다 평균 20조원 늘었지만 BIS비율은 평균 3%p 이상 개선됐다.

 

반면 단순기본자본비율은 BIS비율과 달리 위험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아 대출 증가액이 그대로 지표에 반영된다. 단순기본자본비율은 기본자본(Tier1)을 대출자산과 파생상품 등 재무상태표 상 모든 위험노출액(총익스포저·EAD)으로 나눠 구한다. 이 공식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올 1분기 단순기본자본비율 악화는 기본자본 대비 대출자산의 증가분이 큰 영향이다. BIS비율 개선에도 은행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이에 은행들이 대출자산 관리를 통해 단순기본자본비율을 높여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올해 코로나19 백신 등의 영향으로 경기가 점차 회복기에 접어들어 지난해보다 대출 증가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순기본자본비율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 점도 단순기본자본비율 개선 관련 긍정적인 신호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국민은행은 이달 3300억원 규모의 상각형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신한은행은 4000억원 규모로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비슷한 시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4350억원,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여러 자본비율 지표 가운데 BIS비율이 상대적으로 관리가 수월해 이에 집중한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는 현재까지 대출 증가 관련 특별한 이슈가 없는 만큼 작년보다 대출 증가액이 줄어들게 되면 단순기본자본비율 관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