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국민연금 지분 축소에 울상 짓는 대형 손보사

올 들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 지분 최대 2.09%p↓
국민연금 주식 비중 조정·낮은 금리 인상에 실적개선 '힘못써'

 

[FETV=권지현 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실적 상승에도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주식을 내다 팔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주에 밀려 손해보험주 보유 매력이 떨어지고 예상보다 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으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허용 한도가 늘어난 만큼 이들 손보사들이 다시금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월 3일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 주식 22만3265주(0.47%)를 매각했다. 이날 종가(17만원)기준 379억5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국민연금의 삼성화재 보유 지분율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0.2%에서 현재 9.73%로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은 작년 9월 삼성화재 지분을 처음으로 10%대까지 늘렸으나 6개월도 안돼 9%대로 줄였다.

 

국민연금이 대형 손보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지분을 줄인 곳은 현대해상이다. 국민연금은 2월 5일 현대해상 주식 91만5431주(1.02%)를 팔아치웠다. 1월 4일에는 작년 11월 말과 비교해 95만239주(1.07%)를 줄였다. 각각 해당일의 종가로 환산하면 모두 397억원에 달한다. 이에 국민연금의 현대해상 지분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9.29%에서 현재 7.2%로 2.09%포인트(p)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이 현대해상의 지분을 7%대로 줄인 것은 2017년 9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국민연금은 DB손해보험 주식도 팔았다. 삼성화재 주식을 매도한 날, 국민연금은 DB손보 주식 71만1657주(1.01%)도 함께 매각했다.  2월 3일 종가(3만7850원) 기준 269억3000만원 규모다. 국민연금은 올 1월 8일에도 이날 종가(4만3800원) 기준 319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72만9596주(1.03%)를 처분한 바 있다.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약 589억원의 DB손보 주식을 시장에 내놓은 셈이다. 이에 국민연금의 DB손보 지분은 지난해 11월 말 10.9%에서 8.86%로 2.04%p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줄인 이들 손보사들은 모두 지난해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7668억원으로 전년(6092억원)보다 25.8%(1576억원) 늘어났다. 현대해상은 3016억원을 거둬 1년 전(2504억원) 보다 22.2%(557억원) 성장했다. DB손보는 지난해 전년(3727억원)보다 34.7%(1295억원) 늘어난 5022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들 3개사의 평균 성장률은 27.5%로 생명보험사를 포함한 전체 보험사 평균인 13.9%를 훌쩍 넘어선다.

 

좋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각각 국민연금으로부터 많게는 500억원이 넘은 주식을 처분당하자 이들 상위 손보사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올해 대형 손보사의 주식을 연이어 매각한 데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21.2%(176조7000억원)까지 불어난 국내 주식 비중을 허용 한도인 18.8%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작년 12월 24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51일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당시 디지털·바이오 관련 주가 강세를 보이자 상대적으로 보유 매력이 떨어진 보험주를 시장에 대거 내놓았다. 최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허용 범위가 19.8%로 1%p 늘어난 만큼 손보업계는 국민연금의 보험주 매도 행진이 멈출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역마진 우려로 인해 대표적인 금리 민감주로 꼽히는 보험주는 지난해 연말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받으며 오랜만에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금리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으면서 보험주 투자심리는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연말 국채 3년물과 5년물의 금리는 각각 0.97%, 1.34% 근방을 횡보하며 국민연금이 한창 보험주를 매도하던 올해 2월 초까지도 이렇다 할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 손보사가 실적 상승에도 증시에서 좀처럼 매력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보험사의 순익 상승이 곧바로 증시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통상 보험주는 금리 방향성에 민감한데 최근 금리 상승세가 꺾이고 있고 성장주가 주목을 받으면서 보험주가 전반적으로 약세인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