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투자 압박으로 삼성전자가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삼성전자의 선택이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기업의 생산 중단이 이어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미국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보장할 것인지 말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경쟁력은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반도체 회사에 투자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돼 삼성전자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다. 이번 화상회의에는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삼성의 파운드리(위탁생산)를 이끌고 있는 최시영 사장이 참석다. 삼성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구체적인 주문이나 대응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진이 떨어지는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고 있지 않다. 초미세화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고성능 메모리에 비해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교체 주기가 짧은 IT 기기에 비해 자동차는 10년 가량 운행되는 만큼 수익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경쟁사의 잇따른 투자까지 겹쳐 조만간 투자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2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고 대만 TSMC도 반도체 공급 부족에 협력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3년 간 1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앞서 미국 애리조나에도 120억 달러를 쏟아 붓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오스틴)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스틴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한파로 투자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으로 조만간 구제척인 투자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추가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미국 지방정부에는 향후 20년간 8억550만 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올해 2분기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해 2023년 4분기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오스틴 공장 증설을 위해 공장 인근에 매입해둔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마친 상태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는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NXP와 인피니온 등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생산을 줄줄이 줄여 '공급 절벽'에 빠진 상태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