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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작년 역대급 성적에도 기부 줄여...순이익 25%↑·기부금 12%↓

하나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키움증권 감소폭 커
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KB증권 기부 늘려

 

[FETV=이가람 기자] 증권사들이 지난해 초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증권시장 활황으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사회공헌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주요 10개 증권사는 지난해 총 319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이는 전년보다 12% 이상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이들 증권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4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약 25% 증가했다.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평균 0.75%에 불과했다. 1만원을 벌어 75원을 기부에 사용한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식 시장 참여로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증대되고 자산관리와 대출이자 관련 수익이 늘어나면서 대다수 증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업황이 좋았던 데다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가 친환경·사회적 책임·윤리적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금을 줄인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사 대상 증권사 중 하나금융투자의 기부금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하나금융투자의 기부금은 1년 동안 79억9000만원에서 36억5000만원으로 54% 넘게 축소됐다. 작년 순이익은 46% 이상 증가해 역대 최고 성적을 다시 썼다. 미래에셋대우도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클럽 가입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기부 규모는 51억6000만원에서 26억6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산업군을 대표하는 증권사로서 자선 의지를 보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키움증권(-47.69%), 신한금융투자(-24.34%), NH투자증권(-10.50%) 등도 뒷걸음질 쳤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올해 그룹 차원에서 집행한 직장 어린이집 보육 사업금 20억원이 작년 회계 처리 시 선반영됐다”며 “실제 기부금은 매년 50~60억원 내외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53.43%), 대신증권(46.58%), KB증권(32.20%), 메리츠증권(25.71%), 삼성증권(20.19%) 등은 기부금을 늘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로 적자를 봤을 뿐 아니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건에도 연루됐지만 26억1000만원에서 약 1억6000만원을 보탠 24억7000만원원을 기부했다. 대신증권 역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고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도 기부금을 8억1000만원에서 11억9000만원으로 확대했다. KB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기부금(59억2000만원)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유관부서에서 코로나19 관련 성금을 추가 편성해 전체적인 기부금 규모가 늘었다”고 전했다.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은 신한금융투자(2.06%)가 가장 높았다. 순이익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도 홀로 2%대를 유지했다. 그 뒤를 KB증권(1.39%),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0.89%), 대신증권(0.81%), 삼성증권(0.72%), 한국투자증권(0.35%), 미래에셋대우(0.32%), 키움증권·메리츠증권(0.04%) 등이 따르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자로 순이익이 약 91% 상승하면서 수익 기준 최상위권으로 올라섰지만 기부금 목적으로 사용한 액수는 2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자기자본 5조원에 근접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진입을 앞둔 메리츠증권은 기부금액을 추증하고도 덩칫값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2억4000만원을 환원했다. 자기자본이 네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하이투자증권(3억2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상 기부금으로 잡히는 현금 조성이 아닌 재능 기부나 봉사 및 교육 프로그램 등 다른 방법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어 “기부금 비중이 낮은 점은 꾸준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