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동원F&B가 이끌어온 국내 ‘죽’ 시장 왕좌 자리에 CJ제일제당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30여 년 간 1등을 지켜오며 죽의 전통강자인 동원F&B를 CJ제일제당이 출시 1년 반 만에 빠른 속도로 추월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점유율 차이는 1%포인트 미만으로 여전히 죽 시장은 동원F&B와 CJ제일제당의 불꽃튀는 접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CJ 비비고죽은 4월 기준 상품죽 시장점유율에서 39.4%를 기록하며 동원F&B(39.1%)를 앞섰다. 0.3%포인트의 근소한 차이지만 죽 시장의 1,2위가 바뀐 것은 동원F&B가 1992년 양반죽으로 1위에 오른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죽 시장은 동원F&B 양반죽 독주 체제였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이 죽을 첫 출시한 2018년 동원F&B의 점유율은 60.2%이었다.
CJ제일제당의 승부수는 파우치죽이었다. CJ제일제당의 상온 파우치 죽은 1년여만에 매출이 폭증하며 CJ제일제당의 힘을 입증했다. 출시 후 1년 6개월(2018년 11월 20일~2020년 5월 20일)만에 누적 판매량 400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4.1%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4.7%로 증가했고 지난 4월에는 결국 CJ제일제당이 동원을 역전했다.
파우치 죽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용기죽만 출시하던 업체들도 지난해 본격적으로 파우치죽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상품죽 시장 내 파우치죽 비중은 2019년 3분기 36%, 2019년 4분기 47%으로 계속 커지며, 올 1분기에는 절반 가까운 49%까지 증가했다.
파우치 죽 시장은 기존 죽 시장의 소비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편의점 용기죽으로 간단히 요기하거나 전문점에서 죽을 포장해 갔다면, 이제는 마트에서 파우치죽을 구입해 가정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것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실제로 비비고 죽이 본격적으로 판매된 지난 해에는 할인점이 35.1%로 편의점을 제치고 상품죽 1위 판매 채널로 등극했다
두 업체의 치열한 경쟁 덕에 국내 죽 시장도 성장세다. 닐슨에 따르면 2017년 720억원대 규모였던 상품 죽 시장은 지난해 약 1400억원대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졌다.
CJ와 동원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점유율 격차가 1%미만인데다가 동원이 CJ 비비비고의 강점인 국,탕,찌개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동원F&B는 양반 국·탕·찌개 출시를 위해 광주공장 3000평 부지에 400억원 규모의 특수 설비를 설치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국·탕·찌개 매출 목표액만 500억원에 이른다.
동원F&B 관계자는 "35년 전통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식 본연의 가치를 지키면서 급변하는 HMR 트렌드에 유연히 대응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