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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굴뚝부자 '지고' vs 디지털부자 '뜨고'...'K-슈퍼리치' 세대교체 급물살

[FETV=송은정 기자] 대한민국에 디지털사업 출신 슈퍼리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구글 등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대주주들이 글로벌 슈퍼리치 군단을 형성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IT와 게임 등 디지털 사업 창업자들도 K-슈퍼리치 대열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통적인 굴뚝 업종의 총수들이 슈퍼리치 명단에서 연달아 퇴출되는 반면 통신과 게임, IT 등 디지털기술 기업 대주주들이 줄줄이 슈퍼리치 반열에 오르는 등 K-슈퍼리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언택트 바람을 불러들인 코로나 19 사태가 디지털 기기와 통신망을 매개체로한 디지털 신기술 기업과 전통적 굴뚝 기업간 '슈퍼리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지난 50여년간 한국 경제는 포스코·현대제철,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현대차·기아차·쌍용차·대우차,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4대 제조업 기업이 이끌어왔다. 하지만 포스코(철강)와 현대차(자동차)마저 시총 톱10에서 빠지면서 이제 4대 제조업 기업은 한국 대표 기업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에서 시총 변화는 한국 산업 지형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0년 사이 한국 증시를 이끄는 대표 기업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 명단이 싹 바뀐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과거 철강·조선·자동차·전자 등 4대 제조업 강국에서 테크·바이오 주도의 4차 산업 경제로 바뀌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기존 재벌 퇴보, 신흥 재벌 강세=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최근 5개월새 대한민국 부(富)의 지도를 180도 바꾸고 있다. 경제·산업 지형 변화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후로 한동안 없었던 '10조원대 자산가'도 등장했다.

 

김정주 NXC 대표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갑부 순위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집계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김 대표의 자산은 총 90억 달러로 한국 내에서 2위를 차지했다. NXC는 게임 제작 및 유통업체인 넥슨의 지주회사다.

 

뒤이어 한국의 부자 순위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6조4200억원·5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의장(3조7000억원·9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2조8400억원·11위), 방준혁 넷마블 의장(1조9800억원·15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1조9800억원·16위) 등 테크·바이오 분야의 창업자가 즐비하다. 대다수가 1년 전과 비교해 자산 평가액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존 재벌인 삼성그룹·현대차그룹·SK그룹의 오너인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최태원 회장의 자산 평가액은 감소했다.

 

◆네이버·카카오 대주주 '신흥재벌' 등극=국내 전통적인 재벌가는 코로나 사태로 고전하고 있지만 신흥 재벌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린 이들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이 시가총액 순위 최상단에 등극하며 신흥 인터넷 재벌의 탄생을 알렸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와 넥슨, 엔씨소프트 같은 게임업체들의 기업가치 평가가 급등, 기존 ICT 생태계의 주역으로 꼽혔던 이동통신사들의 시가총액을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 네이버가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4위, 카카오가 9위에 진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시가총액 합산액은 무려 63조원이다.

 

코로나19 쇼크로 금융시장에 패닉이 온 지난 3월 중순부터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주식매수에 나섰다. 그 결과 ICT 업종 기업이 순위 최상단에 오르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신흥 인터넷 재벌들이 자본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간 확보한 이용자풀을 활용해 신사업에 진출하기가 쉽다. 이들의 사업 확장 방식은 과거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과는 다른 차원이다. 언택트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들 회사의 쇼핑·간편결제·콘텐츠 등 핵심 사업부문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네이버, 카카오가 약진한 것은 세상이 ICT를 중심으로 바뀌었고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쇼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성비'가 뛰어난 기업이라는 인식도 심어준 것이 한 몫 한다. 특히 언택트 기반으로 서비스 개발과 유지, 상품판매가 가능해 코로나 악재에도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었다.

 

◆언택트 시대와 찰떡궁합…게임업계 '고공행진'=언택트 시대와 궁합이 잘 맞는 게임업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 사태 이후 언택트와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는 모멘텀에서 게임을 혁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게임업계의 전망은 더욱 밝아지고 있다.

 

ICT업종 내에서도 콘텐츠-플랫폼 기업이 통신주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특히 게임업종 대표주자들의 시총 고공행진이 눈에 띈다. 넥슨은 얼마 전 일본 증시에 입성한 지 9년 만에 시가총액 20조원을 돌파 했다. 리니지2M 흥행으로 승승장구하는 엔씨소프트는 최근 시가총액이 17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집콕족과 언택트 생활의 증가로 게임 수요가 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던전앤파이터나 배틀그라운드가 중국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서 넥슨 기업가치가 20조원이 됐다. 크래프톤도 10조원 규모로 IPO를 단행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네이버와 함께 ICT 업종을 대표해온 대장주. 5G 수혜주로도 꼽혔으나 시가총액이 17조원대 초반에 고착되며 국내 대표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연이어 추월 당하고 있다. 그동안 ICT 업종 대장주로 네이버와 SK텔레콤이 쌍벽을 이뤘지만 최근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 등 콘텐츠-플랫폼 선두주자들이 모두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포함한 통신3사 시가총액은 28조원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빅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한 넥슨,엔씨, 넷마블 등 빅3 게임사들의 시총 46조원에도 뒤쳐지는 실적이다.

 

기존의 ICT 생태계의 주역이였던 '통신사'들은 비즈니스의 제약이 많다. 인허가 문제와 주파수를 따내 사업을 해야 하니 정부 규제 영향으로 수익개선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설비투자 부담도 만만치 않고 해외진출도 어렵다.

 

그러나 최근 신흥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들의 근원적인 강점으로는 '해외진출'이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해외 확장이 용이하고 국민서비스를 배출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그간 확보한 이용자풀을 중심으로 신사업 확장이 용이하다. 이에 시가총액으로 판도를 뒤집은 이들이 자본시장 신주류로 자리잡을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