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제성 기자] SK온와 현대차가 북미 지역내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다만 양측의 주요 관심사인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은 검토 단계로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선 양측이 합작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K온와 현대차가 미국에서 머리를 맞댄 이유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 지역에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 IRA를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미국 지역을 대상으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과 전기차 공급량 확대를 위해 SK온 배터리를 탑재할 방침이다. 이러한 돈독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양사는 전기차와 배터리에 시너지를 내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SK온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과도 합작공장에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K-배터리사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포석이다.

29일 SK온은 현대차와의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소식을 알렸다. 협약에 담긴 핵심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주요 전기차 공장에 SK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급 시점은 2025년 이후다. 공급 물량 등 구체적 사안은 향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미래 먹거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수 시장보단 전기차 시장도 미국 등 북미 시장에 시장규모가 월등히 크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신공장을 통해 미국 내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자체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특히 SK온과 현대차가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이미 배터리 제품 공급망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및 기아 EV6에 SK온의 배터리가 탑재, 출시 중이다.

◆SK온 “현대차와 배터리셀 합작공장 설립 아직 확정된 바 없어” = 다만 양측의 주요 관심사인 합작공장 설립은 검토 중이긴 하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합작공장 설립 시 양사가 각각 2조5000억원 정도를 투자, 초기생산 규모는 연 20GWh(기가와트시)로 전해졌다. 이는 연 3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합작공장 위치는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등이 거론된다. 현대차의 완성차 공장과 인접한 곳에 배터리셀 공장을 짓는 것이 밸류체인(공급망) 강화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SK온 관계자는 “29일 현대차와 북미지역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배터리 합작공장 방안은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 “다만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현대차가 합작 방식으로 연산 20GWh 배터리셀 공장을 2~3곳 정도를 지을 것으로 전망한다. 합작공장은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과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2025년 중장기적으로도 SK온과 돈독한 파트너십을 통해 북미 전기차 공급량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SK온과 현대차는 북미 지역에 성공적인 전기차 및 배터리 판매를 위해서는 IRA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SK온-현대차, 북미 시장에 최대 관문은 ‘IRA 대응’ = 이번 협력으로 IRA 대응에도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양측은 기대하고 있다. IRA는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미국 현지 배터리 및 전기차 공장을 짓는 조건과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 광물 및 소재를 40% 이상 사용한 업체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IRA 대응을 위해 SK온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확보를 위해 호주, 칠레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와 배터리 핵심소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그간 현대차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다. IRA 시행으로 CATL을 배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CATL 대신 한국 배터리 업체와 협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2030년까지 중장기 전기차 생산목표 대수는 300만대로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중장기적 배터리 공급망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며 “현재 생산 중인 아이오닉, EV, 제네시스에 SK온의 국내 서산 및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장착된 레퍼런스로 두 기업의 미국 내 협력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영찬 SK온 경영지원총괄은 “양사간 협력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협력으로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양사가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