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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美 입맛 잡아라"...K-화학·에너지, 'IRA·고환율' 더블악재 정면돌파

단순히 美 현지 공장 투자금 늘리는 것 외에 美 우방국 광물비중 충족해야
중국산 쓰지 말라는 것과 일맥상통…K-배터리, 태양광 등
매년 바이든의 압박세기 높아져…바이든 타이르기 시급

 

[FETV=박제성 기자] 국내 주요 화학, 에너지(배터리, 태양광 등) 업체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일환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9월 1일 기준 환율이 1350원대인 고환율로 인해 해외의존도가 높은 이들 K-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K-화학·에너지가 가장 우선적으로 꺼내 든 카드는 미국 현지 투자액을 대폭 늘리고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일이다. 투자를 늘려 미국 내 배터리, 태양광, 화학 공장을 짓는 것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부품 및 소재 조달을 높여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는 구상이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의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중국의 수출 패권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행보에 대비한 대응 조치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우방국을 대상으로 중국산 부품·소재 이용률을 최대한 낮춰 중국측에 산업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K-화학·에너지 업체들이 글로벌 최대 규모의 산업시장을 갖춘 미국에 입맛을 맞출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IRA 법안을 통해 투자의 속도를 내는 업체로는 K-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에코프로비엠), 한화큐셀(태양광), K-화학(LG화학, 포스코케미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이 포함된다.

 

다만 지난달 8월부터 이어진 고환율 부담으로 인해 해당 기업들이 미국 현지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투자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하자니 고환율로 투자액이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美 투자도 늘리고 동맹국 광물도 늘리는 등 조건충족 까다로워 = 상황이 불리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당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 투자에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바이든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IRA를 시행해 보조금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은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향후 5년간 갈수록 IRA 규제강도가 세진다는 점은 K-화학·에너지 업체에겐 울상이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IRA 핵심법안은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공장만 짓는다고 무조건 보조금 혜택을 주는 건 아니며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가령 K-배터리의 경우 핵심 소재원료인 흑연, 실리콘,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광물비중을 최소 40%로,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여야 한다. 배터리 제작부품(소재) 제작비율도 북미산 비중이 50% 이상이다.

 

한마디로 미국과 우방국에서 보유한 광물과 북미산 부품의존율을 강제로 높여야 보조금 지원을 받는다. 따라서 K-배터리는 배터리 제조 시 우방국을 통한 광물 비중을 최소 40%로 맞춰야 한다. 배터리 부품도 비율도 절반은 북미산으로 맞춰야 한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지원금의 절반인 배터리 1대당 3750 달러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 3750 달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등 배터리 핵심소재를 북미 지역에서 해야한다.

 

◆지독한 바이든 정부…바이든 타이르기 총력전 =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광물 비중을 2023년 40%에서 2027년 80% 늘릴 방침이라는게 더 충격적이다. 한마디로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광물을 쓰면 미국 시장에 진출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다. 배터리 부품(소재) 비율도 2023년 50%에서 2024~2025년에는 60%, 2026년 70%, 2027년 80%, 2028년 90%, 그 이후엔 100%까지 미국 내 제조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럴 경우 국내 배터리·에너지 업체는 점차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어져 수익이 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K-배터리 입장에선 최소한의 광물 비중을 충족하면서 미국 정부를 타이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글로벌 태양광 제조업체인 한화큐셀도 IRA 대응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원료 수급 다변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증설하는 경제적 부담도 우려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8월 29일 일본 혼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내 5조1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SDI도 유럽의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미국내 합작법인 설립 및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투자금은 1조6313억원이며 투자 기간은 올해 8월부터 2025년 8월까지다. 문제는 달러 강세로 인한 고환율로 추가 투자금이 350억원 가량 더 늘어날 수 있다. 

 

SK온도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2025년까지 150GW(기가와트)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가동을 한다. 당초 투자금은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5조1000억원을 부담키로 했다. 문제는 고환율 문제로 현지투자금 투입 시기의 적정 타이밍을 검토 중이다.

 

다만 배터리업계에선 고환율로 인해 투자금 투입시기를 다소 늦추던지 혹은 더 많은 투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LG화학도 2025년말까지 북미에 양극재 공장을 지을 예정인 가운데 IRA 대응으로 미 우방국 원료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롯데케미칼, SKC 등 배터리 소재업체들은 북미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들 업체는 IRA 시행에 따른 충격완화를 위해 미국과 FTA 우방국인 나라를 대상으로 배터리 소재 관련 원활한 수급을 모색 중이다.

 

이런 목표에 맞추려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업체에 동반해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 혼다와 함께 북미 지역에만 5개의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국 미시간주 단독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애리조나주에 원통형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온 역시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총 3개의 합작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북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솔루션 등 국내 태양광 업체들도 미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는 등 IRA에 따른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 업체들의 미국 투자 확대가 예견된 상황에서, IRA가 국내 배터리·태양광 벨류체인의 이탈을 재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친환경 산업부흥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이 때 한국 등 우방국들의 미국 현지 투자유치를 통해 자국 산업을 키우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미국은 탈탄소 기조로 풍력·태양광·배터리·수소 산업에 2030년까지 총 3740억 달러(505조원) 규모를 투자키로 했다. 이러한 미국의 천문학적인 예산투자와 더불어 K-화학·에너지·자동차도 미국 현지 투자의 속도를 높여 바이든 정부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최대시장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시장 점유율을 놓쳐선 안 되는 상황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IRA 법안이 K-화학·에너지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렇지만 미국시장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고환율에도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적정 투자금 투입시기를 고려하는 방안, 원료수급 우방국 다변화, 바이든 타이르기 등 할 수 있는 역량을 총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