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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5980원 vs 6980원 vs 8800원"...대형마트 ‘치킨전쟁’ 3파전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 가격 싼 치킨 찾는다
홈플러스 ‘당당치킨’ 인기…1분에 5마리 팔려
“우리가 더 싸” 이마트, 더 저렴한 치킨 판매

 

[FETV=김수식 기자] “다시 1인 1닭 해야죠.”

 

직장인 이두진(가명, 37)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이다. 컨디션만 좋은 닭 한 마리는 혼자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던 그도 치솟는 물가에 백기를 들고 치킨을 멀리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홈플러스를 시작으로 이마트, 롯데마트가 연이어 ‘초저가’ 치킨을 내놓고 있다. 이 씨는 “요즘 대형마트에서 치킨을 아주 싸게 판다고 한다. 그만큼 구매도 힘들다고 하는데 오늘 퇴근길에 사서 시원한 맥주 한 캔과 먹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치킨사랑’은 유별나다. 중요한 스포츠 경기가 하니까, 친구들과 모였으니까, 술 한 잔에 생각나서 등 여러 자리에 빠지지 않는 메뉴가 치킨이다. 이런 한국인의 치킨사랑에 제동이 걸렸다. 천정부지 오르는 물가에 치킨 값도 오르면서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연스레 치킨을 먹는 횟수도 줄었다.

 

이로 인해 교촌을 비롯해 BBQ, bhc 등 치킨 프랜차이즈에선 지난해 말부터 치킨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원부자재 가격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올랐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원자재와 물류비, 인건비는 물론, 각종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올랐다. 배달료에 최저임금까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분기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물가상승률은 4월 4.8%, 5월 5.4%, 6월 6.0% 등으로 오름폭을 키워오고 있다. 6% 물가상승률은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여파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103.8, 5월 102.6, 6월 96.4 등으로 하락세다.

 

이때 등장한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은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말부터 당당치킨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0일까지 32만 마리 넘게 팔았다. 1분마다 5마리씩 판셈이다.

 

당당치킨의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간 홈플러스 온라인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대비 10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당당치킨’ 키워드 검색순위는 전주 17위에서 1위까지 단숨에 올랐고 검색량은 전주대비 487% 올라 인기를 실감케 했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의 인기에 이마트도 움직였다. 이마트는 어제(18일)부터 치킨 한 마리당 598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종전에 판매하던 ‘5분 치킨’과 같은 크기(9호)의 생닭을 원료로 유사한 방법으로 조리했다. 5분 치킨에 비해 가격은 4000원 저렴하다.

 

이마트는 지난 7월 5분 치킨을 내놓은 후 델리 치킨 매출이 전년 동월보다 26% 늘었다. 지난달 14일부터 2주 동안에는 가격을 3000원 낮춰 6980원에 제공하기도 했다. 오는 24일까지 벌이는 특가 치킨 행사를 위해 이마트는 6만마리 분량을 준비했다. 치킨은 점포당 하루 50~100마리씩 오후에 두 차례로 나눠 판매한다. 보다 많은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1인당 1마리씩만 살 수 있도록 했다.

 

사실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은 새로운 게 아니다. 12년 전에는 롯데마트에서 ‘통큰치킨’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골목상권 침해’라는 질타를 받으며 불과 일주일 만에 행사를 접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에 롯데마트도 지난 11~17일 ‘한통 가득’ 치킨을 정상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8800원에 판매하며 치킨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롯데마트의 치킨 매출은 전년대비 약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치킨의 인기에 치킨 프랜차이즈에 시선이 쏠린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는 가격차이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치킨 한 마리를 먹기 위해서 2만원을 넘겨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형마트는 박리다매가 가능한 구조다. 메뉴도 한정적이다.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 배달료와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가 있다. 이와 함께 고객 입맛에 맞는 새로운 치킨 개발을 위해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