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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식용유 이어 밀가루까지"...먹거리, 고물가 시한폭탄 터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발점’ 돼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식용유 대란’
창고형 할인점 이어 편의점도 구매 제한

 

[FETV=김수식 기자] “정말 먹고 사는 게 ‘문제’가 됐어요.”

 

자취생 김지희(가명, 27) 씨의 하소연이다. 김 씨는 최근 배달료가 비싸지면서 마트에서 장을 봐 음식을 해먹기 시작했다. 참치, 두부 등 식탁물가가 오르긴 했어도 대체할 식품을 찾아 음식을 하곤 했다. 이제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그는 “음식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식용유다. 그런데 최근 식용유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본다”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구매조차 쉽지 않다고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국내 식용유의 소비자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mL)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74원보다 33.8% 올랐다. 해표 식용유(900mL)는 4071원에서 4477원으로 10%가량 상승했다.

 

사재기를 우려한 대형마트는 구매 제한에 나섰다.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매장 내 식용유 매대에 “1인당 2개 구매 가능하다. 고객 여러분들의 많은 양해를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였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국 트레이더스 매장 20곳에서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했다. 코스트코, 하나로마트 등도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한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맥스도 같은 날 단독상품인 사조 해표 콩기름(1.7L, 2입/1만980원)에 한해 구매 제한에 동참했다. 

 

편의점도 동참했다. GS25는 지난 13일부터 백설 식용유 500㎖를 비롯해 총 4종의 식용유 제품에 대해 점포의 하루 ‘발주 가능 개수’를 4개로 제한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사실 편의점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행사를 하는 제품 외에는 대량구매를 하는 경우는 없다”며 “다만, 다른 곳에서 사지 못한 제품을 사기 위해 찾는 곳이 또 편의점이다. 혹시 모를 사항에 대비한 조치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국제 식용유 가격은 곡물 가격 상승 여파로 크게 치솟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난까지 겹치며 오름세다. 여기에 전 세계 팜유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식용유 가격 안정화를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식용 팜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제 식용유·팜유 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이로 인해 식탁물가는 또 한 번 위협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산 물량이 사라지면 결국 원재료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최근까지 멈추지 않고 치솟고 있는 물가상승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업계에선, 식용유 대란이 장기화 되면 치킨, 라면, 과자 등의 가격인상이 또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식품업계에선 원재료값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며 “어떤 요인으로든 원가 부담이 늘면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선도 있다. 국내에선 인도네시아 팜유 대신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두유도 브라질과 미국 등에서 들여오는데 올해 건조했던 날씨로 인해 작황이 다소 부진하지만 국내 수급에 불안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말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산 팜유를 쓰던 업체가 말레이시아산으로 몰리면 팜유 시세도 오를 수 있다”며 “현재로선 (팜유 가격 인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용유 대란에 이어 ‘밀가루 대란’도 우려된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이자 8위 수출국인 인도가 밀 수출 전면 중단을 결정하면서 밀가루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밀 수출국 작황이 이상 기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도의 수출 금지는 국제적인 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인도 대외무역총국은 지난 13일 인도 및 주변국 식량 안보가 위기에 처했다며 급작스럽게 밀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