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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HDC현산發 악재, 은행에도?…모순 빠진 은행업계

[FETV=김진태 기자] 은행권에 HDC현대산업개발 악재가 미치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자체 신용등급 재조정에 돌입해 ‘강등’을 검토하는 동시에,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구제하기 위해 추가 대출 지원도 요구받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지게 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국내 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과 비공식 자리를 갖고 대출 지원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이 자리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사옥과 미착공 토지 등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1조원 이상의 여유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금융권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은 이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땅만 갖고 있다고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나중에 정상적으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건지, 사업을 계속 영위할 능력이 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 부실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선뜻 결단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유동성 문제 정리에 나서는 등 시그널을 주지 않는 이상 선뜻 부담을 짊어지고 나설 민간은행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했다.

 

◆신용등급 하향 검토하는 은행 “추가 여신 내주란 건 모순”=더욱이 HDC현대산업개발은 업계에서 퇴출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안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붕괴 사고는 벌써 두 번째인데, 이 회사에 건설업 등록을 내준 서울시는 현재 ‘영업정지’ 징계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장 1년8개월의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수주 영업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 사실상 도산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약 ‘면허취소’까지 치닫는다면 회사는 공중분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은행 입장에선 향후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대출을 취급할 때 이런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 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자체 신용등급을 재조정하기 위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 여신의 위험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자체 신용등급 평가를 하는데, 여기에는 영업위험·경영위험·재무위험 등 이번 사고와 충분히 관련지어 볼 수 있는 항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참사임을 고려할 때 최소 한 등급 정도는 하향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내려가는데 추가로 여신을 내주라는 건 모순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통상 재평가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은행은 해당 기업의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시 ▲금리 인상 ▲추가 담보 요구 ▲대출 한도 축소 등을 요구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대출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SC제일·5대 은행 등 여신 관련… 유동성 문제 어쩌나=현재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여러 형태로 자금을 내준 상황이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에 여신 익스포저(Exposer·위험 노출액)가 많은 은행은 주채권은행인 SC제일은행을 비롯해, 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중은행권에 대해 변제기한이 1년 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만 59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에 중도금 집단대출을 내줬던 신한·NH농협은행도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다. 해당 단지의 전체 중도금 규모만 최대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난달 4차까지 납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은행들은 분양 취소가 대거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한편, 입주 예정자와 HDC현대산업개발의 결정만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한편 지방은행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에 공급한 대출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향후 HDC현대산업개발이 유동성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유동화증권 규모는 2조8586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9000억원이다. 당장 올 1분기 만기 도래하는 유동화증권(1조5000억원) 규모를 감당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거로 보이지만, 사고에 따른 손실이나 재시공 추가 부담 등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나신평이 추산한 완전 철거·재시공 추가 부담만 최소 3000억원 이상이다. 상황이 장기화하면 높아진 금리의 은행권 대출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밖에 없어, 회사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