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KB-신한금융, '4050억원'에 숨겨진 비밀

'채권 모집규모·발행방법·최대한도' 동일
BIS비율 제고 통한 '리딩금융' 선점 전략

 

[FETV=권지현 기자] 최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같은 규모의 채권 모집을 결정,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금융그룹은 국내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2년 연속 '리딩금융'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KB금융은 자본비율 상승을 통해 1등 금융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는 입장이며, 신한금융은 자본적정성 우위를 통해 올해 리딩금융에 등극한다는 전략이다. 연초부터 자본비율 전쟁이 시작된 만큼 금융권은 올해 자본적정성을 포함한 두 금융지주의 리딩금융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2일 405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모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발행인이 법에 따른 부실금융 기관으로 지정되거나 발행인의 경영성과 또는 재무구조 개선 등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당시 미리 정한 일정 시점에서 목표가 달성되는 경우 등의 때에 원금의 상환과 이자지급 의무가 감면(채무재조정)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이다. KB금융은 4050억원 중 26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 145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사채의 권면(전자등록)총액의 경우 이사회 결의에 따른 발행 한도인 6000억원 이내에서 향후 수요예측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이 공시한 다음 날인 13일 신한금융도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알렸다. KB금융과 모집 규모가 같으며, 방법도 공모로 동일하다. 먼저 채권발행 계획을 밝힌 KB금융과 행보를 맞춘 결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5년 콜옵션물 3750억원, 10년 콜옵션물 300억원 등 모두 4050억원 규모로 이달 25일 발행한다. 3750억원 중 2700억원은 운영자금, 105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또 다른 300억원 역시 채무상환자금으로 쓰인다. 신한금융도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따라 최대 6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달 17일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전자등록총액, 모집(매출)총액, 발행가액 및 발행수익률이 결정된다"며 "공동대표주관회사와의 협의에 의해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총액은 6000억원 이하의 범위 내에서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뤄진 수요예측에 따라 신한금융은 18일 600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확정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이처럼 모집규모·발행방법·최대한도에서 같은 행보를 보이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리딩금융을 다투는 두 금융지주가 동일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이번 채권발행을 통해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역시 '한 곳'으로 수렴된다는 뜻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 'BIS비율'을 끌어올려 1등 금융그룹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은 금융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자본적정성 지표다. 금융지주의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BIS비율을 높이려면 위험자산을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위험자산을 갑자기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자기자본을 늘려 BIS비율을 맞추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BIS비율은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과 같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오는 3월 말 종료돼 부실채권 비중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올리고 미 연방준비제도 역시 3월 테이퍼링 조기 종료 후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금융업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돼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리딩금융을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으로서는 BIS비율 상승을 통한 자본적정성 개선으로 1등 금융지주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치열한 자본비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상향을 그린 BIS비율 덕분에 KB금융은 2019년 4분기 말에 이어 작년 1분기에도 신한금융에 앞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큰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작년 2분기 신한금융에 추월당했다. 3분기 말 KB금융은 직전분기 보다 소폭 올랐음에도 2분기 말 큰 폭으로 BIS비율이 상승한 신한금융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지난해 전체 순익 1등을 기록, 리딩금융 타이틀을 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신한금융이 2018~2019년 리딩금융 자리에 앉았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자본비율 개선은 금융지주의 인수합병 등과도 연관이 있어 사활이 걸린 부문이므로 올해도 KB와 신한의 치열한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