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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가 쏘아 올릴 다음 공은?

증권사 첫 여성 CEO에서 이과 출신 은행장, 계속되는 '파격 인사'
'복수 부회장 체제' 구축...'내부출신' KB금융 회장 나올지 관심

 

[FETV=권지현 기자] "KB의 혁신은 인사에서 비롯된다. 새 수첩을 갖고 임직원 인사를 하겠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2014년 취임 당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또 한 번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은행권 행장 인사를 뛰어넘는 인물을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으며, 그룹은 '복수 부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잇단 새로운 인사로 내부에 긴장과 동기를 동시에 불어넣어 '리딩금융'을 수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윤 회장이 내놓을 다음 '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차기 국민은행장에 이재근 현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추천했다. 이 후보 선임은 이달 중 국민은행의 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심사·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새 행장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년이다.

 

이 후보 선정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윤종규식' 인사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이 후보는 서강대 경제학 및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공학 석사를 받는 등 은행권에서는 소수파인 이과 출신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은행장들이 경영·경제·법학 등을 전공한 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하며 금융·재무적 안목과 이력을 쌓았던 점과 비교하면 이 후보는 기존 행장들과 전공부터가 다른 셈이다. 정통 수학과 출신으로 행장 후보에 오른 인물은 이 부행장이 유일하다.  이 내정자는 KB금융에서는 '요직'이라 불리는 CFO를 비롯해 은행 경영기획그룹 대표 등을 지냈다.

 

한 금융권 고위직 인사는 "최근 금융권 CEO들의 이력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기존에는 문과 출신의 인사가 CEO가 된 뒤 재무통을 임원으로 중용하는 것이 주를 이뤘는데 근래에는 이과 전공자이면서 문과적 소양을 갖춘 인물이 아예 CEO로 선임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은행 CEO 자리에 수학과 출신을 앉히면서 윤 회장의 다음 인사 '새 수첩'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린다. KB금융의 인사는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전 금융권에 새로운 인사 기준을 제시해 왔다. 이를 칭하는 'KB 스탠다드'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지난 2019년 1월 박정림 KB증권 사장 인사를 통해 국내 증권사 CEO '금녀의 벽'을 허문 것과 2020년 9월 외부 출신 전문 경영인 민기식 대표에게 그룹 알짜 계열사인 푸르덴셜생명 수장직을 맡긴 것이 대표적인 KB 스탠다드 사례다.

 

금융권은 윤 회장의 '다음 공'은 내부 출신 '지주 회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B금융은 한 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다. KB손해보험 사장을 지낸 양종희 부회장이 보험·글로벌·인사(CHO)·브랜드홍보(CPRO)를 총괄한다. 여기에 허인 국민은행장이 이달 임기 만료 후 부회장으로 승진할 예정이어서 내년 1월이 되면 부회장은 최소 2명이 된다.

 

이에 윤 회장이 부회장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린 것이란 분석이다. 차기 회장은 KB금융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계열사 CEO를 지낸 인물이 부회장직을 통해 업무 보폭을 넓힌 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 안정을 꾀하게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현재 KB금융은 지난 연말 신한금융으로부터 3년 만에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한 뒤 올 3분기까지 이를 수성하고 있다.  

 

두 부회장 모두 '포스트 윤종규'로 불리는 인물이다. 은행, 보험 등 그룹의 대표 계열사 CEO를 거쳐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깜짝 발탁됐다는 공통점도 있어 두 사람이 펼칠 '대권' 레이스에 벌써부터 이목이 모인다. 여기에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도 차기 부회장 리스트에 추가로 이름을 올린 상태여서 3파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금융' 총괄 부회장 자리를 두고 허 행장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사장은 지난해 8월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허 행장과 함께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저력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사는 예측하기 어렵다지만 이번 정통 이과 출신 행장 선임과 부회장직 추가 신설은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라며 "부회장이 또 한 명 늘었다는 것은 향후 회장직을 두고 윤 회장이 이들 간의 경쟁을 유도했다는 직접적인 증거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