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미국의 주택 경기가 초호황기를 이어오면서 두산밥캣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북미 비중이 높은 만큼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주택 수요가 높은 반면 공급량이 적어 주택난을 겪고 있는데 노동 인력이 부족해 원활한 사업 진행이 힘든 상황이다. 또 새롭게 자회사로 들어온 두산산업차량의 수익성도 물류비 부담이 심화되면서 악화되고 있어 회사의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美 주택경기 ‘활활’…두산밥캣 ‘활짝=연방준비은행 경제 데이터(FRED)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쉴러 지수는 274.99를 기록했다. 올해 1월 대비 13% 오른 것으로 통계를 집계한 지난 1987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케이스쉴러 지수는 미국 내 모든 단독주택 가격을 평균 산출한 지표로 활용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실물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의미를 뜻한다.
지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재택근무 수요가 늘어나자 주택을 구매하려는 매수자가 늘어났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여파로 그동안 미국의 주택 착공 건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주택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자극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의 주택 착공량은 지난 9월까지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난 121만호에 달했다. 미국은 인프라 구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설지원금도 대폭 늘리기로 하며 관련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어 미국 주택 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택 경기 활성화는 두산밥캣의 호재로 작용하는 만큼 회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설기계, 농업·조경용 소형장비 등을 제조하는 두산밥캣은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올해 상반기 북미 지역에서 16억3754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73%에 달하는 규모다. 3분기에도 북미 지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올랐다.
◆인력난, 물류비 '이중고'=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주택 경기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노동인력이 부족한 점은 고민거리로 분류된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와 코로나19 지원금을 받는 인력들이 노동 활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인력난이 심화된 상태다. 주택 착공량은 늘었지만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기사들도 부족해 물류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실업수당 등 대규모 지원금을 지급하며 기업들의 구인난을 키웠다. 1인당 100만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게 된 구직자들 입장에선 일자리를 서둘러 찾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미국 노동부의 JOLTs(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채용 공고 건수는 1000만명을 넘겼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8월에는 1044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달 13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9월 건수도 10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구인난은 물류비를 높이기도 했다. 펜데믹 이후 해고된 컨테이너 운송기사들이 취업을 하지 않으면서 전세계적으로 컨테이너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9일 기준, 4567.28을 기록했다. 8일부터 3주 연속 하락하고 있지만 올해 초와 비교하면 4배 이상 오른 상태다.
현재 배송한 컨테이너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정시성도 최악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덴마크해운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9월 정시성은 34.0%를 기록했다. 이는 10척의 선박 중 3척 가량만 정해진 배송 일정을 지켰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는 컨테이너 수급난을 타개하기 위해 항만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지만 컨테이너 배송기사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물류대란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류비가 증가한 점은 두산밥캣의 자회사인 두산산업차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두산산업차량은 두산밥캣이 올해 ㈜두산으로부터 7500억원에 인수한 기업으로 지게차와 전동소형물류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컨테이너화물로 수출되는 만큼 운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상반기 4.8%에 달했던 두산산업차랑의 영업이익률은 3분기에는 0.9% 수준까지 떨어졌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택경기는 아직 견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회사 제품의 생산 공장은 북미와 유럽에도 있지만 두산산업차량의 주력 생산기지가 국내에 있는 만큼 물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