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같은 듯 다른 인도네시아 투자 행보가 금융권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까지 매년 5%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시장 잠재력이 큰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국 3.8%, 인도네시아 4.7%, 내년 전망치는 한국 2.8%, 인도네시아 5.1%를 제시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 대한 세 번째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2000~3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은행은 차후 이사회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1970년에 설립된 부코핀은행은 412개의 지점과 835개의 자동현금입출금기(ATM)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중대형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약 4000억원을 투입, 부코핀은행의 지분 67%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국민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해 부코핀은행의 자본을 늘려 수혈이 필요한 곳에 재원을 공급, 자본적정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성장 동력 역시 절실하다.
부코핀은행은 올 1분기(1~3월) 영업수익 1244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거둔 영업수익 가운데 가장 많다. 하나은행(600억원), 우리은행(537억원), 신한은행(191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나홀로 1000억원이 넘는 영업수익을 거둔 부코핀은행이지만 순익은 많이 아쉽다.
![4대 은행 인도네시아법인 영업수익·순익(2021년 1분기 기준, 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729/art_1626746396331_6c49c0.png)
순익 개선이 쉽지 않지만 인도네시아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4대 은행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는 하지만 은행들의 인도네시아 진출 계획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인도네시아 시장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완료되고 차근차근 계획을 실행해 가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은행들의 확장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글로벌 투트랙 전략에 따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신남방 국가에도 주목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사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등 확장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단행한다. 국민은행과 같은 유상증자의 형태로 약 1100억원을 우리소다라은행에 투입한다. 오는 9월 증자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013년 소다라은행 지분 33% 인수에 이어 이듬해 인도네시아 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우리소다라은행을 탄생시켰다. 지난 3월 말 기준 28개 지점, 125개 출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까지 4400억원을 투자, 지분율 79.9%로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국민은행과 비슷한 시기 유상증자를 결심한 우리은행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단 우리소다라은행의 순익이 좋다. 우리소다라은행은 미국·브라질·홍콩·중국·러시아 등 우리은행의 12개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순익이 높다. '달리는 말에 채찍' 격으로 이번 투자를 단행하는 셈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올 1분기 1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1년 전(94억원)보다 12.9%(12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동남아 시장이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었음을 감안하면 '선방'이다. 특히 같은 기간 영업수익이 82억원 가까이 줄었음에도 순익이 늘어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우리은행은 해외법인 효자인 우리소다라은행을 올해 더욱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먼저 줄어든 영업수익을 다시 늘려야 한다. 현재 우리소다라은행은 리테일(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이 각각 45%, 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현지화 전략에 힘써 영업력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공무원연금대출·직장인신용대출 등 리테일금융 확대, 리스크관리 제고를 통한 기업금융 강화, 증권·수탁서비스 추가 등이 꼽힌다.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 인구(2억7600만명) 보유국인 만큼 잠재적인 '디지털' 금융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도 힘써야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소다라은행에 대한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현지화 영업기반을 확대하고 디지털 금융 가속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