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신진 기자] 가상화폐 등으로 잘나가던 인터넷은행이 금융당국 규제라는 복병을 만났다.
당국은 최근 인터넷은행에 대해 중·저신용층에 대한 중금리대출 확대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공급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면 신사업 진출 제한 등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2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중금리대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중금리대출의 공급요건을 전면 개편해 중·저신용층에게 집중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당국은 올해 약200만 명에게 32조원, 2022년에는 약 220만 명에게 35조원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통상 중금리대출은 중신용자(기존 신용등급 4~6등급 수준)를 대상으로 하는 10% 전후 금리대의 개인신용대출을 뜻한다. 중금리대출은 크게 서울보증보험의 보증공급을 통해 지원하는 정책 금융상품인 사잇돌대출과 민간중금리대출로 나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해 사잇돌대출 공급액 중 절반 이상인 66.4%를 신용등급 1~3등급 차주에게 공급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체적으로 중‧저신용층 대출 확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세부방안은 올 상반기 중 별도 발표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1∼3월) 기준 중금리대출 공급 금액은 사잇돌대출 3382억원, 민간중금리 635억 원이다. 민간중금리 대출의 월평균 공급액은 작년 대비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작년에는 1조 4000억원 가량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했다. 올해는 중금리‧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올 1월부터 고신용자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고신용자 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또 2월부터는 고신용자 대출 최저금리 0.34% 인상하고, 민간 중금리 대출 상품을 최대 0.60% 인하해 중저신용자 대출길을 확대했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 부족자를 뜻하는 ‘씬 파일러(Thin Filer)’를 위한 신용평가시스템(CSS) 개발 중이며, 하반기에는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에 기반한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함께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 상품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잇돌 대출 상품이 없는 케이뱅크는 상반기 중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하반기에는 자체 중금리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가계대출 중 중신용자를 위한 상품은 ‘신용대출 플러스’가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새로운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를 위해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작업 등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7월 출범하는 토스뱅크도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후발 주자인 만큼 ‘씬 파일러’에 혁신적인 금융을 제공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소상공인 대출모델을 만들기 위해 이미 사업제휴를 맺고 있는 가맹점주 소호(SOHO)몰 등 데이터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아직 정식 출범 전인 토스뱅크에 대해서도 중금리대출 계획서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