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향한 조직개편 마무리”...SKT 박정호表 ‘AI컴퍼니’ 변신

등록 2021.01.08 11:16:09 수정 2021.01.08 11:16:58

박정호 사장 직속 AI 부서 MNO사업 산하로 배치...“박정호 사장 의지”
“AI사업 별동부대 아닌 전 사업에 융합돼야...AI 빅테크 기업 목표”
박정호 사장 취임 후 탈통신 집중...중간지주사 전환도 속도↑
SKT 신사업 3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5G 시장 1위 공고
5G 품질 논란, 서비스 확대 과제...5G 중저가 요금제 논란도 지속

 

[FETV=김윤섭 기자] SKT의 지휘봉을 잡은 뒤 ‘빅테크 기업' 변신을 꿈꿔온 박정호 사장이 2021년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며 'SKT=AI컴퍼니'의 스타트 라인에 섰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 부회장도 겸직하는 등 SK그룹내 ICT 경영을 총괄하는 만큼 AI컴퍼니' 변신 시나리오는 더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박정호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맡으면서 이미 SK텔레콤의 AI 반도체 사업 가속화를 예고했다. SK텔레콤이 통신 서비스회사 영역을 뛰어넘어 AI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진화하는 체질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텔레콤은 이와 함께 SK그룹의 ICT 제조·서비스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빅테크 지주사’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 박정호 사장 하이닉스 부회장 겸직...중간지주사 전환 속도↑=지난해 SK그룹 인사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하게 됐다. 이에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그룹 지주사인 SK㈜에게는 손자회사가 된다.

 

지주회사법에 따라 SK하이닉스는 M&A에 나서려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하는 제약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예상 방안은 SK텔레콤을 통신사업회사와 투자·지주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지주회사가 SK브로드밴드·SK하이닉스 등 SK그룹 ICT 계열사들을 아우르게 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을 SK그룹 내 ICT 계열사를 총괄하는 중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셈이다.

 

국회에 상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SK텔레콤의 중간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법안에 따르면 신규 지주회사 전환 기업진단이나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자회사는 지주사 의무지분율이 자회사 20%, 손자회사 40%에서 각각 30%, 50%로 올라간다.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현재의 20.1%을 보유하고 있는데 약 10%를 더 확보해야하는 만큼 자금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SK텔레콤의 중간 지주회사 전환이 법적 리스크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는 이르면 2022년 이전에 모든 전환 작업이 완료돼야 한다. 박정호 사장의 승진은 SK텔레콤이 통신 서비스 회사의 경계를 뛰어넘겠다는 강력한 사업재편 의지라는 평가다. 특히 최근 SK텔레콤이 역량을 집주앟고 있는 AI 반도체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일산 킨텍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서용 AI반도체 ‘SAPEON X220’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이번 AI 반도체 출시를 통해 엔비디아, 인텔,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심의 미래 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 박정호 사장 직속 AI 부서 MNO사업 산하로 배치...“박정호 사장 의지”=박정호 사장의 ‘탈통신’행보는 취임 직후부터 계속됐다. 물리보안업계 2위인 ADT캡스를 인수하고, SK인포섹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해에는 ADT캡스와 SK인포섹 합병도 추진하며 융합보안기업으로 기업가치를 키워 IPO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모빌리티 사업 부문을 분사시키고 티맵모빌리티(가칭)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11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모빌리티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당시 박정호 사장은 “식사, 주거 외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교통이며, 우리 일상에서 모바일 다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빌리티”라며, “SKT의 ICT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방식을 혁신하며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모빌리티 전문회사를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경기권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플라잉카를 비롯 대리운전, 주차,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Mobility Life Platform)’을 제공하겠다”며 “모빌리티 사업이 SKT의 다섯 번째 핵심 사업부로서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오는 2025년 매출 6000억원 이상 달성과 IPO를 중기 목표로 내세웠다. 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 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개척해 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사장의 탈통신 의지는 2021 조직개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K텔레콤의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최종 준비완료 과정이라는 평가다. 티브로드와 합병한 SK브로드밴드, ADT캡스와 SK인포섹 합병, 아마존과 협력하는 11번가 등 기존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수장들이 그대로 유임됐고 SK텔레콤의 가장 큰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MNO(이동통신)에 대한 대대적 정비에도 나섰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AI서비스단은 'AI&CO'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SK텔레콤내 모든 사업에 최신의 정보통신기술(ICT)를 이식하는데 집중한다. AI서비스단을 이끌었던 이현아 단장이 그대로 유임하며 MNO 산하로 위치시켰다. 모든 MNO 상품과 서비스에 AI를 적용하겠다는 박정호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번 개편으로 SK텔레콤의 MNO사업부는 ▲모바일 ▲구독형 상품 ▲혼합현실(MR) 서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메시징 ▲인증 ▲스마트팩토리 ▲광고·데이터 등 기존 9개 컴퍼니에 AI&CO가 포함돼 10개 컴퍼니로 구성된다.

 

 

◆ 원스토어 필두로 자회사 IPO 속도...탈통신 박차=주요 자회사의 IPO도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 박정호 사장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원스토어를 비롯 SK브로드밴드, 11번가, ADT캡스, 웨이브 등 자회사들의 상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SK텔레콤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원스토어를 첫번째 상장 주자로 낙점하며, 올해 상장예비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하반기 중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SK텔레콤의 앱 마켓 자회사 원스토어는 2021년 상반기 상장 심사를 목표로 IPO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국내 대표 IB(투자은행)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시장에선 국내 앱 마켓 시장 점유율 확대를 지속할 경우 최대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노릴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원스토어의 점유율(지난해 8월 기준)은 18.4%로, 2019년 11.2% 수준에 비해 크게 증가했고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 시행을 예고함에 따라 앱 개발사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향후 ADT캡스, 웨이브, 11번가,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해 티맵 모빌리티까지 자회사를 모두 상장할 계획이다. K텔레콤의 과감한 탈통신 행보의 배경에는 지난해 3분기 신사업과 무선사업 모두 크게 성장하면서 상승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사업 분야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0.3% 상승, 최초로 1000억원 고지를 돌파하면서 탈통신 전략이 본격화 됐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매출 4조7308억원, 영업이익 36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9.7% 증가한 수치다. 5G(5세대)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한 무선 사업 실적 호조와 함께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신사업 분야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호실적을 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미디어, 보안, 커머스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내며 18.9% 증가한 1조5267억원을 기록했다.

 

 

◆ 5G 가입자 확보, 품질 개선 과제...중저가 요금제 논란 결론 관심=신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SK텔레콤이지만 5G 가입자 확보가 예상보다 느리고 품질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올해 목표했던 900만 가입자 확보와 품질 개선 문제 해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최근 내놓은 5G 중저가 요금제가 알뜰폰 사업자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과기부의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29일 과기정통부에 5G 온라인 전용 요금제 신고서를 제출했다. SKT가 제출한 5G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월 3만원 후반대에 데이터 9기가바이트(GB)를, 월 5만원대에 150GB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약정 기준으로 공시지원금과 25% 선택약정할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결합상품 혜택도 제외된다.

 

라인 가입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저렴한 전용 요금제를 출시해 소비자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그간 지적됐던 고가의 5G요금제 문제도 해결하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알뜰폰업계가 반발에 나섰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6일 “SK텔레콤 상품이 출시되면 알뜰폰은 5G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며 “알뜰폰 성장에 제동이 될 것으로 심각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알뜰폰협회에 따르면 SK텔레콤 5G 온라인 요금제는 월 데이터 9GB 상품이 3만8500원이다 하지만 해당 상품에 대해 알뜰폰업체가 SK텔레콤에 지불하는 도매가는 89% 수준인 3만4100원이다. 거의 차이가 없는 금액이다. SKT가 이번에 신청한 요금제들은 유보신고제가 적용되는 첫 사례다. 유보신고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라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서 도입됐다.

 

유보신고제는 이동통신사가 정부에 요금이용약관을 신고만 하면 바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단 정부가 해당 요금제는 심사기준·절차에 따라 이용자 이익과 공정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신청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반려할 수 있다.

 

5G 중저자 요금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대보다 느리게 진행되는 5G 가입자 확보에도 속도가 붙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5G 가입자는 상용화 20개월째인 2020년 11월 기준 약 1000만명이다. 과거 LTE가 상용화 10개월 만에 1000만명 고지를 돌파하고, 18개월 만에 2000만명 돌파, 28개월 만에 3000만명을 돌파했던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5G 가입자 증가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관순 S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 삼성전자 등의 5G 스마트폰 보급이 늘고 있고, KT가 이미 4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해 경쟁사도 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교체 수요와 5G 스마트폰 라인업 다양화로 5G 가입자가 연말께 1766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5G가 여전히 고가 요금제를 형성하고 있고 품질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올해에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G만의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지국 수도 여전히 부족하다. 5G가 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28㎓ 주파수 대역과 단독모드(SA)를 함께 적용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이러한 망 구축이 전국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이통사들은 3.5㎓ 중대역 주파수에서 LTE와 망을 함께 쓰는 비단독모드(NSA)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통3사가 모두 5G 품질 개선과 투자를 약속한 만큼 올해 과감한 투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5G만 사용하는 SA 전환에도 본격적으로 공을 들이면서 5G 품질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 말 이후 5G 단독 모드가 상용화되면 신규 비즈니스를 통해 통신사들의 막대한 매출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B2C 뿐만 아니라 B2B, B2G 영역에서 5G가 통신사 매출 증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윤섭 기자 dbstjq6634@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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