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2021년 새해 창립 50주년이라는 기쁨을 맞게 된 현대백화점그룹이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새로운 10년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란 그룹 비전을 바탕으로 사회와 선순환하며 공동의 이익과 가치 창출을 통해 오는 2030년 매출 40조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 현대백화점그룹 새해에 창립50주년 맞아...비전2030 선포=현대백화점그룹은 5일 창립 50주년인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미래 청사진이 담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맞춤형 성장전략을 수립해 추진하는 한편,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신수종(新樹種) 사업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양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 (ESG)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세대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내놨다.
‘비전 2030’은 2010년 발표한 ‘비전 2020’의 경영 이념인 미션(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과 비전(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을 계승하면서, 불확실성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향후 10년간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추진 전략을 구체화한 게 특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비전 2020’ 발표 이후 신규 출점 등 대규모 투자와 10여 건의 인수합병(M&A)를 진행해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3대 축으로 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그 결과 2010년 7조 8,0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은 10년이 지난 2020년 20조원까지 늘어났으며, 재계 순위(2019년 자산 기준)도 22위로 2010년(30위)보다 8계단 상승했다. 또한, 그룹 전체 부채비율(2019년 기준)도 38.4%로 10년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해 내기 위해 ‘비전 2030’을 수립하게 됐다”며 “‘비전 2030’은 앞으로 10년간 그룹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와 사업 추진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지난 반세기 동안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해온 저력을 바탕으로 ‘비전 2030’을 지렛대 삼아, 100년 이상 지속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비전 2020’ 발표 이후 유통과 식품 중심에서 패션, 리빙, 건자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그룹 전반의 성장 기반이 마련됐다면, 이번 ‘비전 2030’은 그룹의 구체적인 사업 추진 전략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 기여 등 사회와 선순환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와 공동 성장 통해 2030년 매출 40조 시대 열겠다"=현대백화점그룹은 ‘비전 2030’의 새로운 사업 방향성을 바탕으로 ‘계열사별 맞춤형 성장전략’과 ‘그룹 사업 다각화 전략’을 투 트랙으로 추진해, 10년 뒤 그룹 매출 규모를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0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계열사별 맞춤형 성장전략은 환경 변화에 따른 ‘밸류 체인(Value-Chain)’을 보완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연관성이 높은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소비패턴 변화 등 미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사업 중 생활·문화 중심의 그룹 성장전략에 부합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새롭게 진출해 그룹의 사업 포토폴리오도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 경영’도 한층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와 활동을 확장해 고객에게 두터운 신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방향성을 구현해 그룹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게 ‘비전 2030’의 핵심 목표”라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재투자를 확대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세대에는 희망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10년 첫걸음 여의도점 오픈...서울 백화점 중 최대 규모=새로운 10년 청사진을 제시한 현대백화점그룹의 당면과제는 내달 오픈예정인 여의도점의 성공적인 오픈이다. 현대백화점은 내달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을 오픈한다. 여의도점은 지하 7층~지상 9층에 영업면적만 8만9100㎡(약 2만7000평)로 서울 시내 백화점 중 가장 큰 규모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역점 사업으로 꼽히는 여의도점은 정 회장이 직접 개발 콘셉트와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여의도점을 대한민국 최고 랜드마크, 그룹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놓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점에 최대 규모 타이틀과 함께 ‘아마존 신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세계 최초 무인자동화 매장 ‘아마존고’의 기술을 활용한 매장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저스트 워크 아웃’(상품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 등이 구축된다.
지역 최대규모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은 지역 경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기존 지역상권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했던 백화점이라도, 지역내 최대규모 백화점이 경쟁업체로 들어오면 하락세를 걷는 일이 그간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산에 세계 최대 규모 신세계 센텀시티가 들어와 현대백화점 부산점이 지역 경쟁력을 내줬고, 대구에서도 신세계백화점이 전국에서 2번째로 큰 규모의 백화점을 출점하면서 지역 1위를 내준 바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여의도점을 해외 유명 쇼핑몰같이 대형 보이드(건물 내 오픈된 공간) 및 자연요소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여의도는 서울 핵심 상권 중 한 곳으로 강남·북은 물론 수도권에서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경기·인천지역을 오가는 약 40여개 버스 노선이 운행되고 있고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와도 인접하다. 또 인근 5km 내 영등포구·동작구·마포구·용산구 등지에 약 14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집객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가 근처 영등포점을 타임스퀘어점으로 명칭을 바꾸고 리뉴얼 오픈하면서 새롭게 랜드마크화 하고 있고 3대명품이라고 불리는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의 입점도 확정되지 않아 정지선 회장의 여의도점 승부수가 큰 효과를 못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대명품의 매출이 백화점 매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3대명품 유치여부에 따라 여의도점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정지선의 불도저 경영 올해에도 빛날까=다만 정지선 회장이 그동안 신중한 경영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만큼 이번에도 오픈 이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2호점인 동대문점 오픈에 이어 인천공항면세점 진출, 클린젠SK바이오랜드 인수까지 진행하면서 그간 조심스러운 경영자라는 평가를 뒤엎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시대 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면세점과 화장품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고 그룹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CJ올리브영 프리IPO(상장 전 지분매각)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화장품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내비췄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SK바이오랜드 인수,클린젠 인수에 이어 올리브영 지분 인수에도 나서면서 3대 핵심사업인 유통(백화점·홈쇼핑·아울렛·면세점), 패션(한섬), 리빙·인테리어(리바트·L&C)에 이어, 뷰티 및 헬스케어 부문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에서도 정지선 회장의 과감함은 빛을 발했다. 대백화점그룹은 2018년 11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첫 번째 면세점을 오픈하면서 면세업계에 발을 들였다. 약 1년만인 2019년 말에는 서울 시내 대기업 신규 면세점 특허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두 번째 사업권을 획득하고 지난해에는 동대문 두타몰에 두 번째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뒤이어 지난해 3월에는 빅3인 롯데, 신라, 신세계를 모두 제치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DF7(패션·잡화) 구역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공항면세점까지 진출에 성공했다. 사업진출 2년만에 면세 빅3를 위협하는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적인 만큼 정지선 회장의 확장정책은 면세점 사업 실적도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 2018년 3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9년 3688억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전년보다 78.0%나 성장한 4525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3분기 매출액만 2554억원으로, 업계 3위 신세계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손실 규모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 백화점 3사 5년만 동시 신규출점...‘포스트코로나’ 선제 대응 나서=올해 백화점 3사가 모두 신규출점에 나서면서 백화점 빅3의 경쟁구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백화점 3사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데다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을 마지막으로 정중동 행보를 이어오고 있던 상황이라 동시 출점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내달 여의도점 오픈을 앞두고 있고, 6월에는 롯데백화점이 경기도 동탄에 신규 점포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롯데쇼핑이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매장 약 120곳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에서 이뤄지는 신규 출점이라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몰(Mall) 형 백화점을 콘셉트로 영업 면적만 2만 평, 연면적은 7만5900㎡인 초대형 규모로 들어선다. 영업 면적으로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신세계백화점은 대전에서 지역 터줏대감인 갤러리아 타임월드에 도전장을 내민다. 내년 8월 개장 예정인 엑스포공원 부지의 사이언스콤플렉스를 교두보 삼아 중부권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중한 투자로 내실을 다져온 백화점업계가 현대백화점을 시작으로 신규출점에 나서면서 백화점 3사의 경쟁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해 소비 수요를 선점하려는 백화점업계의 전략 경쟁이 신규출점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