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2/art_16085122579515_976cd1.jpg)
[FETV=김윤섭 기자] 롯데쇼핑이 대한민국 유통 1번지 부활을 노리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통왕국'을 재건하겠다는 게 롯데쇼핑의 각오다. 이같은 '유통왕국' 재건 프로젝트의 중심엔 최근 정기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신임을받 은 강희태 부회장이 있다.
신 부회장의 신임을 등에 업은 강 부회장은 최근 그룹의 주력기업인 롯데쇼핑 체질개선을 선언하고 1단계 작업으로 롯데 헬스앤뷰티 사업부 롭스를 롯데마트에 흡수통합하는등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강 부회장은 또 롯데마트 지휘봉을 새로 잡은 강성현 신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 헬스앤뷰티(H&B) 사업부 '롭스' 롯데마트에 흡수통합=롯데마트는 이사회를 통해 마트 부문에 롭스 부분을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마트 사업부가 롭스 사업부문을 흡수하는 형태다. 기존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의 5개 사업부문으로 유지돼 왔으나, 이번 통합으로 4개 사업 부문이 됐다. 롭스는 롯데마트 내 상품기획(MD)본부의 H&B부문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실적 부진이 통합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3년 롯데슈퍼의 TFT로 출발한 롭스는 H&B 시장 성장에 따라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CJ올리브영에 밀리면서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 헬스앤뷰티 스토어 롭스가 마트사업부로 흡수통합된다. [사진=롭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2/art_16085122555714_9367db.png)
실제 롭스가 포함된 롯데쇼핑의 기타 사업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총 21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1924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계속됐다.
매장 수도 지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129개였던 점포는 올 3분기 기준 108개로 21개나 문을 닫았다.
내부에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롯데마트로의 편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강성현 롯데마트 신임 대표가 앞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롭스 대표를 맡았던 것도 통합을 압당긴 요인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마트와 롭스를 통합하게 된 것은 맞다"며 "롭스는 앞으로 쇼핑 사업부문 중 마트 소속으로 변경된다"고 말했다.
◆사업부 조직개편 40년만 처음...강성현 대표에 힘싣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재편을 두고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롭스 대표를 역임하면서 당시 매장을 단기간에 100개 가량으로 늘리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간 주요 인사에서 정통 롯데맨을 중요시했던 롯데그룹이 외부 출신인 강대표를 롯데마트 대표에 맡길만큼 강 대표에 대한 신뢰는 매우 두텁다.
강 대표는 1970년생으로 프랑스 유통업체 프로모데스그룹, 한국까르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유통·소비재프로젝트 팀장을 거쳐 2009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발탁됐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롭스(롯데 H&B) 대표를, 2018년부터 2020년 11월까지는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사진=롯데마트]](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2/art_16085122576074_185f9b.jpg)
강 대표는 롭스 사업 설립을 주도해 후발주자였던 롭스를 시장에 안착시킨 것은 물론, 10년간 적자였던 롯데네슬레의 흑자전환(2019년)을 이뤄냈다. 이를 통해 강 대표는 신동빈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통롯데맨을 중용했던 롯데그룹이 외부에서 영입된 강 대표에게 롯데마트를 맡긴 이유는 롯데마트가 적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과 더딘 회복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으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8년 롯데네슬레코리아를 맡아 과감한 혁신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낸 강 대표의 능력을 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대표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롯데마트는 현재 이마트와 홈플러스에 뒤쳐진 마트3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마트 매출액(6조3310억 원)과 영업이익(250억 원 적자) 등 규모 면에서 이마트(매출액 11조395억 원, 영업이익 2827억 원), 홈플러스(매출액 7조3002억 원, 영업이익 1602억 원) 등에 밀린다.
올해는 코로나19 타격에 9개 점포를 폐점하고 연말까지 12개 매장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또 올해 본격적으로 출범한 롯데온과의 시너지 확대, 구조조정 마무리 등의 작업도 강대표가 맡게 될 중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강대표는 네슬레 시절 경영 능력을 발휘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전략과 현장경험을 두루 갖췄고 평소 온화한 리더십으로 직원들로부터도 평가가 좋은 인물인만큼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사진=롯데백화점]](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2/art_16085123803941_63288e.gif)
◆ 롯데쇼핑 구조조정효과로 3분기 호실적...구조조정 지속
롯데쇼핑이 사업부를 흡수 통합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지면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데에는 올 3분기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시장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3분기 매출액이 4조10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6.8% 증가한 1111억원, 당기순이익은 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몸집줄이기에 들어선 만큼 매출은 줄었으나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다.
특히 대형마트(롯데마트) 매출이 1조595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4%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160% 신장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부진점 영업 종료 등 경영 효율화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향후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며 "향후 2년내 총 200여개 매장이 감소하면서 가벼워진 손익구조가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효과는 2021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롯데쇼핑은 구조조정 대상 점포의 향후 3년 예상 적자를 6000억원 수준, 연간 2000억원의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체질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 등 회사 5개 사업을 총괄하는 HQ(헤드쿼터) 기획전략본부장에 정경운 전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영입하면서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기획전략본부는 롯데쇼핑내 유통 계열사인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 등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롯데쇼핑내 요직으로 분류되는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힌 것은 롯데쇼핑 창사이래 처음이다. 순혈주의를 타파한 사실 자체가 신 회장의 강력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신임 본부장은 1999년 신영증권 기획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보스턴컨설팅그룹, AIG 기획·마케팅, 웅진그룹 서울저축은행 감사위원, 동아쏘시오 경영기획팀장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은 전략기획 전문가로 꼽힌다.
강희태 부회장은 직접 HQ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HQ의 주요 업무에는 쇼핑사업 구조조정, 신사업 개발, 이커머스 방향 정립 등이 있다"며 "유통 경험은 없지만 전략적인 기업 경영을 많이 한 분으로 우리 조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정 본부장 선임 배경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롯데온]](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2/art_16085123467618_ae457f.jpg)
◆ 롯데쇼핑 최근 외부인사 영입, 빅데이터 TF팀 출범하며 체질개선 박차
최근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은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에도 나선다. 롯데그룹 유통BU는 지난달 1일 강 부회장 직속 TF인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를 공식 출범하고, 윤영선(46) 롯데정보통신 상무를 TF장 겸 CDO(데이터 최고 책임자)로 임명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IT공룡에 맞서 '데이터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은 강희태 부회장 직속으로 데이터 거버넌스 TF를 설치하고, 각 계열사에서 수집한 유통데이터를 한데 모아 맞춤형 쇼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윤 상무는 롯데그룹내 손꼽히는 빅데이터 전문가다.
그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미국 예일대에서 수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SK와 KT에서 빅데이터 분석 팀장을 역임하며 전문성을 쌓은 그는 2018년 롯데정보통신 AI Biz센터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롯데정보통신 빅데이터사업 부문장을 맡았다.
TF가 추진하는 데이터 분석의 결과는 우선 지난 4월 출범한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은 출시 당시부터 ‘검색창이 없는 쇼핑몰’을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그들이 원할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롯데온은 지난 4월 론칭 이후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오면서 11월들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11월 한 달간 방문 고객이 롯데온 론칭 직후(5월) 대비 68.7% 증가했고 고객 1인당 평균 결제액도 같은 기간 25.6% 늘었다. 월간 결제금액은 5월보다 두 배 넘게 급증했다.
9월부터 11월까지 계속됐던 대형 행사가 잇달아 성공하면서 실적이 고공성장했다. 9월에는 매월 첫 번째 월요일마다 '퍼스트먼데이' 행사를 정기화했으며 10월과 11월에는 각각 '롯데온세상', '어게인 롯데온세상'을 진행했다.
박달주 롯데e커머스 전략기획부문장은 "롯데온이 9월부터 적극적인 대 고객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결과 매출은 물론 방문 고객 수, 고객당 월평균 결제 금액, 셀러 수 및 전시 상품 수 등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마케팅 활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연말과 내년 명절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강희태 부회장이 하반기 상승기류를 내년까지 이어가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