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의 호텔신라 허리띠 졸라멘다...“임원 승진없이 비상경영 날개짓”

등록 2020.12.15 09:28:31 수정 2020.12.15 09:28:53

정기 인사서 임원 20% 감축...승진인사도 없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며 코로나19 버티기 돌입
호텔신라 올해 3분기 연속 적자 기록...3차 대유행 여파 우려
숙원사업 한옥호텔도 공사 중단...회사 신용도도 조정
기존 사업부 대표 유임하며 ‘재신임’...포스트코로나 전략수립 총력

 

[FETV=김윤섭 기자] 이부진의 호텔신라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급감하는 등 유례없는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일까? 호텔신라는 2021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 없이 오히려 임원 숫자를 감축하고 내실 다지기에 올인하고 있다.

 

매년 파격적이고 통큰 임원 승진 인사를 통해 호텔업계에 신선함을 불러왔던 이부진 사장이 가성비(?) 중심의 비상경영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특히 2021년은 코로나19 악재와 함께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이후 첫 해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부진 사장의 홀로서기 경영의 첫 시험대 성격이 강하다. 이부진 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 정기 인사서 임원 20% 감축...승진인사도 없어=지난 10일 호텔신라는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체 임원의 20%를 감축했다. 인사에 대한 공식 발표도 없었다. 다만 한인규 면세사업(TR) 사장 등 주요 임원들은 모두 재신임하면서 코로나 극복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호텔신라는 최근 몇 년 간 계속된 면세와 관광업 호황 속에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는 차원에서 매년 통 큰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사업 성과를 달성한 면세 사업을 중심으로 6명의 승진 인사를 진행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해 비상경영 차원에서 금년에는 승진인사를 실시하지 않고 임원들부터 솔선수범기로 차원에서 20%가량 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코로나19로 면세, 호텔 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탓에 통 큰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큰 폭의 쇄신을 통해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코로나극복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지난 1분기 668억원의 영업손실을 발생시킨 이후 2분기 634억원, 3분기 198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 총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면세부문이 부진하면서 더욱 힘든 상황이다.

 

호텔신라 면세부문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 142억 원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 돌아오고 국내 여행 수요가 돌아오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며 다시 주저앉았다. 이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줄어든 7710억 원을 기록했다.

 

 

◆ 호텔신라 올해 3분기 연속 적자 기록...3차 대유행 여파 우려=일각에서 4분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다시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당분간은 회복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호텔신라는 최근 5년 중 낮은 수준인 3조원 안팎의 매출 달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텔신라는 2015년 3조2517억원(영업이익 772억원)으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연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16년 3조7152억원, 790억원 △2017년 4조115억원, 731억원 △2018년 4조7137억원, 2091억원 △2019년 5조7173억원 2959억원 등 꾸준히 성장해 왔다.

 

지난 3월 인천공항면세점 면세점 사업자 입찰 과정 당시 호텔신라는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음에도 사업권을 포기한 것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도 정기주주총회에서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인해 유통·관광산업이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며 “디지털 역량 강화와 고객경험 극대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고” 강조하면서 위기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완연한 회복세에 돌입한만큼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재입찰에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불참을 결정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장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있어 심사숙고 끝에 이번 인천공항 1터미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라면서 “외형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을 필두로 지난 4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비상경영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 숙원사업 한옥호텔도 공사 중단...회사 신용도도 조정=4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호텔신라는 최근 이부진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한옥호텔 투자도 일시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한옥호텔 투자기간은 기존 202년 3월부터 2023년 1월에서 2020년 3월부터 2024년 5월까지로 연장됐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투자비용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위기 극복에 집중하기 위해 공사 기간을 약 10개월 간 보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 한옥호텔은 지난 2010 이부진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한 그룹 숙원사업이다. 2011년 서울시에 건립 계획을 제출했고 2016년 시 도시계획위원회, 2018년 문화재청 심의·환경 영향평가, 지난해 교통 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올해 준공을 시작했다. 장기적 영업 부진은 회사의 신용도 강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했다. 지난 4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지 8개월만이다.

 

면세업 자체가 국내외 여행수요가 뒷받침돼야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단기간 내에 정상적인 수요환경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한인규 면세사업 사장 등 주요 임원들은 모두 재신임하면서 그간 추진해온 정책들을 유지하면서 코로나 극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해외사업을 통한 호텔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은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호텔은 지난 7월26일 베트남 다낭에 신라모노그램을 오픈했다.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어퍼업스케일급 브랜드인 '신라모노그램'의 첫 호텔이자 해외에서는 두 번째,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17번째 호텔이다. 위탁 운영은 일반적으로 세계적인 호텔 체인에서 주력해 온 해외 진출 방법으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힐튼 월드와이드 등 세계적인 호텔 체인 대부분이 선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 해외 호텔 진출은 계획대로...호텔사업 경쟁력 키운다=호텔신라는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10여개 지역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1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객실 200여 개 규모의 신라스테이를 개관한다. 휴양지와 비즈니스 지역을 분리해 호텔사업을 이어나간다는 게 이부진 사장의 계획이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와 3남매의 계열분리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타계 후 삼성이 한솔, CJ, 신세계 등으로 분리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삼성 3남매를 주축으로 계열사 사장단이 이끄는 자율경영 체제가 당분간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호텔신라의 실적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상속세도 부담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의 최대주주는 7.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이다. 이어 삼성전자(5.1%), 삼성증권(3.1%) 등 삼성 계열사들이 호텔신라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현재 이부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 5.55%, 삼성SDS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등을 매각해 호텔신라 지분을 사거나 지분 맞교환 등을 통해 호텔신라의 경영권을 취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삼성이라는 그룹 안에서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여진다.



김윤섭 기자 dbstjq6634@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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