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택배·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우리는 살고 싶다!"

등록 2020.10.20 09:30:12 수정 2020.10.20 17:06:30

“너무 힘들다”며 호소한 한진택배 노동자…택배물량 400개 배송하다 숨져
평소 지병 있었다는 한진택배, 동생은 “평소에 병원도 안 가고 약도 안 먹어”
택배노동자, 10월에만 3명 사망…택배사들은 언택트 수혜로 돈 쓸어 담아
CJ대한통운·한진, 상반기에 이어 3분기 영업이익도 ↑…“분류 작업에 돈 써라”

 

[FETV=김현호 기자] 아침 7시부터 새벽 4시30분까지 일하던 한진택배 노동자 김모씨가 숨지는 사고가 12일 발생했다. 고(故) 김씨가 책임졌던 택배 물량은 최대 400개, 이마저도 배송구역을 비교하면 800~900개 수준의 배송과 맞먹는 양이라고 한다. 수백개에 달하는 물량을 책임지며 20시간 내외로 일하다 지친 김씨는 회사에 택배물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밥 먹을 시간도 없다, 너무 힘들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버티고 일했던 김씨는 지난 12일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과로사 아니라는 한진... “약도 먹지 않았다”=10월19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 고(故) 김모씨를 추모하고 한진택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고인의 죽음은 한진에 의한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한진택배에 분노감이 치민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한진택배는 김씨가 사망하자 “김씨는 평소 200개 내외로 적게 배송했고 평소 지병이 있었다”고 밝혔다. 무리한 일을 시키지 않아 과로사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유족 측은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김모씨의 동생은 대책위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와 “형이 평소에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었다면 그럴 수 있지만 그런 적이 없었다”며 반박했다. 김씨는 36살의 젊은 나이로 키는 190cm에 달하는 건강한 체구였다고 한다.

 

이어 동생은 “형에 대한 안부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동생은 “아침에 전화하면 ‘물류 분류하고 있다’, 오후에는 ‘배송 중이다’, 저녁에는 ‘집에 못 들어간다’는 짧은 답변만 왔다”고 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일 301개, 7일 420개의 택배를 배송했고 휴식일었던 한글날(9일)에도 배송을 이어갔다.

 

대책위는 “한진택배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보다 물량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송구역이 넓어 배송시간이 오래걸린다”며 “7일 배송했던 물량 420개는 CJ대한통운의 8~900개 수준의 배송과 맞먹는 양”이라고 전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고인의 죽음은 의도적 살인”이라며 “죽고 나서도 사인을 은폐하는 행위는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과로사"=대책위는 김씨가 출근하지 않자 지난 12일, 자택에 찾아갔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병원에서 밝힌 사망원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이는 힘든 일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는 질환이다. 대책위는 “사실상 과로사의 대표적인 증상인 심근경색”이라며 “지난 4월과 5월 사망한 김모씨와 정상원 택배노동자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한진택배 김모씨를 비롯해 10월에만 3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8일에는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 소속 故김원종씨가 배송 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 측은 김원종씨가 평소 아침 6시30분에 출근하고 보통 9~10시에 퇴근해 하루 평균 14~15시간 일했다고 했다. 대책위는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 8명 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라고 밝혔다. 또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에 택배 포장 작업을 하던 27살의 일용직 노동자 장덕준씨가 지난 12일 사망했다.

 

◆돈 쓸어 담는 CJ대한통운·한진, “대책 세워라”=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실적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택배회사들은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 수요가 늘어나 잇따른 수혜를 받고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언택트 소비 확대 양상은 코로나19의 유행이 끝나더라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택배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갈수록 커지면서 택배사들의 책임 있는 자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택배 물동량은 21억6034만여 개로 지난해 대비 20% 증가했지만 택배기사가 처리해야할 월평균 택배물량은 1인당 5165건에 달했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택배시장 합산 점유율이 50%가 넘는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의 실적은 연일 상승 곡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한진(한진택배)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420억원, 54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21.2%, 34.8% 증가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CJ대한통운의 3분기 영업이익을 같은 기간 10.6% 오른 981억원으로 예측했고 ㈜한진은 7.3% 상승한 2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택배노동자의 연이은 사망사고에 재벌 택배회사를 엄중 문책해야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는 “택배회사들의 영업이익으로 택배노동자들 위한 분류작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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