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3차 슈퍼사이클’ 성공할까?

등록 2020.08.04 09:25:50 수정 2021.03.24 17:41:07

삼성전자,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2분기 영업이익 지난해比 23.5% ↑
전장사업 하만 제외, 모든 사업에서 영업이익 끌어올려…반도체는 59.7% 상승
하반기 반도체 시장 부진 전망, D램과 낸드에서 고정가 모두 떨어질 것으로 예상
삼성전자, 2013년·2017년 스마트폰과 서버판매로 ‘초호황(슈퍼 사이클)’ 만들어 내
이재용式 반도체 미래 흔들리나…비메모리 반도체 성장 둔화로 계획 차질 예상

 

[FETV=김현호 기자] 삼성전자가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2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자동차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 부문을 제외하면 전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했다. 하지만 ‘어닝서프라이즈’ 기록에도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하반기 리스크가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 실적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의 둔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계획한 삼성전자의 세번째 ‘초호황(슈퍼사이클)’ 전선에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반도체에 ‘함박웃음’…하반기는?=삼성전자가 공시한 2분기 실적은 매출 52조9661억원, 영업이익 8조1463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5.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3.5%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IM(Information technology & Mobile communications), CE(Consumer Electronics), DS(Device Solutions)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일제히 올랐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59.7% 증가하며 5조4300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비대면 수요 확대로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모두 뛰어 반도체 실적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10% 상승했고 휴대폰 판매 감소가 있었지만 낸드 가격은 한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고 했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는 D램의 ASP(평균판매가격)는 전 분기 대비 7% 이상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 호조로 2분기에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하반기에는 리스크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메모리반도체는 선(先)생산, 후(後)판매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재고가 쌓이면서 공급물량이 줄어들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D램 DDR4 8Gb, 낸드의 메모리카드·USB향 범용제품의 7월 고정가는 전월 대비 각각 5%, 6.20%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D램과 낸드의 7월 고정가는 각각 9개월, 14개월 만에 하락했지만 다음 달까지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가격 하락이 본격화 될 것이고 낸드는 출하량 증가를 가격 하락이 대부분 상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 선택한 세번째 ‘슈퍼사이클’, 반도체 2030의 전망은?=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반도체 2030’을 밝히며 133조원을 투자해 비(非)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를 직접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계산하거나 해석해 정보처리 기능을 한다.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수요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공급과잉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크게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제조), 패키지(포장)사업으로 세분화돼 있다. 설계부터 포장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특히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점유율을 삼성전자가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반도체 2030 비전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오히려 후퇴한 모습이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매출은 2분기 3조62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3조7900억원)보다 1700억원 감소했고 전 분기(4조5000억원) 대비 19.5% 떨어졌다.

 

비메모리 반도체 성장에는 경쟁사들의 독점적 점유율이 큰 걸림돌로 분석된다.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을 뜻하며 미국은 지난 2018년 68%에 달하는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또 반도체 설계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대만 TSMC가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보다 약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반도체 설계 규모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며 경쟁사인 애플과 화웨이, 인텔 등이 기밀유출의 위험을 무릅쓰고 삼성에 파운드리를 맡길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스마트폰의 성장에 힘입어 첫번째 ‘슈퍼사이클’을 만들어 냈다. 당시 영업이익은 10조원에 달했다. 이후 2016~2019년 초까지 반도체 수요 증가로 1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두 번째 슈퍼사이클을 만들어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세 번째 슈퍼사이클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바로 비메모리 반도체다.

 

이 부회장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평균 4.8% 성장해 2022년 시장가치는 3747억 달러(약 42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메모리반도체의 규모는 1709억 달러(약 203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100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으로 공격적인 기업인수합병(M&A)을 추진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경쟁사들도 잇따른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반도체 기업 매출 1위 기업인 인텔은 도시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인 이스라엘 무빗을, 비메모리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점유율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큐물러스를 각각 인수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계획까지 10여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와 M&A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불법 승계’ 의혹으로 전략적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메모리반도체의 영광을 뒤로하고 세 번째 슈퍼사이클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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