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증권이냐 보험이냐 ...깊어지는 고민

등록 2020.08.03 14:05:43 수정 2020.08.03 15:01:51

증권사는 매물이 없고, 라이나생명은 높은 인수가가 부담

 

[FETV=유길연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금융사 인수합병(M&A) 시나리오에 끊임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시장은 우리금융이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증권·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증권사의 경우 마땅한 매물이 없고, 라이나생명의 높은 인수가격이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6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800억원)에 비해 44% 줄었다. 특히 2분기 순익은 143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75% 급감했다. 반면 나머지 주요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충격에도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올 상반기 순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7%, 6.8% 줄어드는데 그쳤다. 하나금융은 오히려 같은 기간 11.6%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이 상반기 순익 방어에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약한 비은행부문 경쟁력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현재 우리카드 이외에는 이렇다 할 비은행계열사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더 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우리금융은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 및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당분간 M&A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상반기 동안 코로나19 충당금을 작년 동기 대비 228.7% 급증한 4470억원을 쌓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부실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마친 상황이다. 또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내부등급법을 일부 승인해 국제결재은행(BIS) 비율이 오른 상황이라 올 하반기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이 M&A의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부문은 증권사다. 증권사 인수를 통해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여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우리종합금융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부분도 증권사 인수 분위기를 더욱 높이고 있다. 우리종금의 올 상반기 순익은 작년 동기 대비 40.8% 급증한 319억원을 거뒀다. 특히 투자은행(IB)부문을 중심으로 비이자부문 이익이 21% 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 인수에 성공한다면 IB 경쟁력 향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중·대형 증권사 인수 후 우리종금과 합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종금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증권-종금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이란 설명이다. 종금사는 다른 증권사와 달리 수신기능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만이 인가받는 발행어음 사업을 하지 않아도 수신 기능을 통해 자금 확보가 용이하다. 수신 기능으로 확보한 자금을 IB 사업 등에 투자하면 빠른 성장을 이끌 수 있다. 또 당국이 부여한 종금 라이선스 기간인 10년 동안 초대형증권사로 키워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라이선스 만료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메리츠증권은 이러한 경로를 통해 급성장했다.  

 

 

하지만 마땅한 증권사 매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우리금융이 인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최근까지도 나온다. 이베스트증권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잠재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우리금융이 인수하기에는 증권사 규모가 크지 않다. 이베스트증권은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 5129억원의 소형 증권사이다. 또 이베스트증권은 아직 리테일 부문의 수익 비중이 높아 IB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우리금융 인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작년에 인수설이 돌았던 자기자본 1조원대 규모의 유안타증권도 손에 넣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인수설이 나왔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유안타증권 최대 주주인 대만 자본이 결국 철수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유안타증권이 작년 증권업 호황 가운데 순익이 22.7% 급감하면서 이러한 예상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대만 자본이 유안타증권을 당분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세간의 소문과 달리 최대주주인 유안타그룹은 증권사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라이나생명이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금융이 인수자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작년 말 기준 총자산이익률(ROA)이 7.32%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알짜 생명보험사다. 작년 당기순익(3510억원)은 대행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다음으로 업계 3위를 기록했다. 보험사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도 작년 말 305.14%로 우수한 편이다. 또 보장성 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인수가다. 시장은 라이나생명의 인수가는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외국계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4월 2조4000억원에 KB금융에 매각됐다. 라이나생명의 인수가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작년 기준 라이나생명은 푸르덴셜생명에 비해 순자산 규모에서 1조2000억원 가량 밀리지만 두 배 이상의 순익을 거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라이나생명이 공식적으로 시장에 나온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인수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다만 비은행부문 강화라는 전략 안에서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길연 기자 gilyeonyoo@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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