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인상하라' vs 딜라이브 '인상불가',,,컨텐츠 사용료 전쟁

등록 2020.07.08 06:00:41 수정 2020.07.07 16:58:07

CJ ENM '프로그램 송출중단' 선전포고...딜라이브 "송출중단 고지하라" 맞불
CJ ENM,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프로그램 사용료 15~30% 인상 요구
"시청자 볼모로 밥그릇 싸움한다는 지적"도 나와

[FETV=송은정 기자] 유료방송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두고 문화컨텐츠 기업인 CJ ENM과 플랫폼 사업자인 딜라이브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가 터무니없이 낮다며 사용료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CJ ENM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후의 카드로 컨텐츠 송출을 중단하는 ‘블랙아웃'을 단행한다는 비장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딜라이브측은 CJ ENM이 요구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없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심지어 딜라이브는 CJ ENM을 향해 채널 송출 중단에 대한 이용자 사전고지 의무를 이행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둘러싸고 촉발된 CJ ENM과 딜라이브간 채널 분쟁이 블랙아웃을 예고하는 등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정부도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CJ ENM과  딜라이브간타협점을 찾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자칫 소비자 시청권이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CJ ENM과 딜라이브간 싸움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채널사용사업자(PP)간 갈등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료방송업계 일각에선 CJ ENM과 딜라이브간 프로그램 사용료 싸움이 콘텐츠업계와 플랫폼업계 전체의 대결을 촉발하는 불씨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프로그램 송출 중단하는 '블랙아웃' 폭풍전야=CJ ENM은 딜라이브를 향해 오는 17일 tvN과 OCN, 엠넷, 투니버스 등 총 13개 채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CJ ENM의 송출 대행사인 CJ파워캐스트는 이날 13개 채널의 디지털 수신기를 회수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약 200만명의 딜라이브 가입자가 CJ ENM 채널을 케이블TV에서 볼 수 없게 된다.

 

발단은 CJ ENM의 프로그램사용료 인상 요구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플랫폼 사업자인 SO가 채널을 제공하는 PP에 지불하는 수신료로, CJ ENM은 딜라이브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가 지난 5년간 동결이었던 점을 들어 20% 인상안을 제시했다. CJ ENM 측은 지난 5년간 물가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에 불구하고 프로그램 사용료 동결로 인해 경영난을 겪었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이 아니라 프로그램 사용료 정상화라는 게 CJ ENM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딜라이브의 입장은 다르다. 딜라이브는 CJ ENM의 사용료 20% 인상안은 케이블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한 과도한 인상률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딜라이브에 대해 CJ ENM 채널 송출 중단에 대한 이용자 사전 고지 의무를 이행하라고 통보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사실상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불가를 위해 배수진을 친 셈이다.

 

CJ ENM은 엠넷과 OCN, tvN, 온스타일, 올리브 등 16개 채널을 보유한 국내 최대 복수방송사용채널사업자(MPP)고, 딜라이브는 가입자 200만명의 수도권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다. 앞서 올 초에도 LG유플러스와 CJ ENM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과정에 또 '블랙아웃'이 거론될 정도로 업계 갈등이 있었다.


◆정부 중재 불구 양사 타협점 찾기 불투명=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CJ ENM과 딜라이브를 만나 중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같은 사용료 갈등에 따른 블랙아웃 등 문제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관련 법과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MSP(방송 및 채널사업자) 등 재허가 절차에 이를 적용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방통위 역시 지난해부터 진행한 관련 연구를 마무리하고, 올 하반기 관련 내용을 방송법과 가이드라인에 반영,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양사가 무난하게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여기에 개별 유료방송 사업자(SO)들까지 싸움에 가세하면서 업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앞서 과기부는 CJ ENM과 딜라이브의 협상 중재에 나서 송출중단(블랙아웃)만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블랙아웃은 사실상 시청자들을 볼모로 삼은 협상 전략이기에 시청권 보호 차원에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이 소비자 시청권 보호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 중재와 사전적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방통위 역시 사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 이를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방통위는 시청권의 중대한 침해가 예상되고 방송의 유지 및 재개 명령이 내려진 분쟁에 한해서는 방송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조정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일부 사례의 경우 해당 사업자 신청 없이 직권 조정도 가능하다.


◆정부, 업계 갈등 해법 없어...후속 대책없어 고심=정부는 지상파 재송신료를 둘러싼 송출중단 논란에 이어 대형 PP와 유료방송사간 사용료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에 따른 블랙아웃 등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향후 이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전적, 사후적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갈등이 시청권 침해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CJ ENM이 딜라이브에 채널송출을 중단할 경우 PP로 인한 블랙아웃 첫 사례가 된다. 과거 지상파가 유료방송사와 송신료 갈등으로 채널송출을 중단한 사례는 있었으나 PP가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블랙아웃을 통보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유료방송사와 PP 위상이 달라지는 등 시장 패러다임이 급변함에 따라 미비한 법과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미 방통위는 지난해 이같은 시장 재편 및 전환에 따른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관련 제도 정비에도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의 방송법 개정은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 절차관련 가이드라인'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과기정통부도 사전적으로 PP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검토에 나선 상태다.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둘러싸고 갈등 지속=그동안 케이블TV 업계는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콘텐츠 사용료 인상 압박에 시달려 왔다. 지상파는 매년마다 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인상안을 놓고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블랙아웃’(송출중단)을 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상파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콘텐츠 파워’로 몸값이 오른 CJ ENM도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프로그램 사용료 15~30%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CJ ENM이 블랙아웃 공문까지 발송한 배경에는 최근 미디어 시장 무게 중심이 플랫폼에서 콘텐츠 사업자로 이동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유료방송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쇼크로 방송광고 수입도 감소, 유료방송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사업자들간의 '여유'가 없어지자 다툼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각 사업자들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쉽게 해결점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케이블TV 업계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는 CJ ENM이 지난 3월부터 요구한 인상안을 거부했다.

 

딜라이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통상적인 인상률과 비교해 20%라는 과도한 인상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 상황 등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무리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J ENM은 딜라이브가 이번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시 오는 17일부터 tvN, OCN 등을 포함한 자사 계열 13개 채널 송출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7일 CJ ENM의 자회사 CJ파워캐스트(송출대행사)는 13개 채널의 수신장비를 회수하겠다고 통보한데 이어 지난 6일에는 딜라이브 가입자에게 채널공급 종료에 대해 안내 공지를 할 것을 요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딜라이브는 CJ ENM의 이와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있지만, CJ ENM은 수년간 동결된 사용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상파나 종편들도 사용료를 올렸고 이를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수용한 만큼 CJ ENM 콘텐츠도 올려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딜라이브와 CJ ENM간 수신료 산정을 둔 대립이 격화, 딜라이브를 통한 CJ ENM 채널 송출이 중단되는 '블랙아웃'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자 개별 SO 사업자들이 "CJ ENM의 처사가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시청자는 무슨 죄? 시청자 볼모로 걸핏하면 '블랙아웃'='블랙아웃'은 프로그램 송출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방송을 시청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시청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문제여서 협상과 별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시청자를 볼모로 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PP)간 대립이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유료방송 플랫폼이 많지 않던 과거에는 유료방송사들이 채널편성권을 앞세워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위성방송, IPTV 등 새로운 유료방송 플랫폼이 등장하며 시청률이 높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콘텐츠 공급 중단을 무기로 유료방송 플랫폼을 압박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 또는 플랫폼 사업자의 방송 송출중단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갈등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CPS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주문형비디오(VOD) 대가,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 모바일IPTV 등의 대가협상을 놓고도 송출중단은 수시로 반복됐다.

 

◆컨텐츠 vs 플랫폼 유료방송 주도권 싸움 우려=이번 처사는 유료방송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콘텐츠 기업의 달라진 위상을 대변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tvN 등 인기 채널을 기반으로 힘이 커진 CJ ENM이 프로그램 사용료를 20~30% 올리면서 유료방송 업계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CJ ENM은 매년 재송신료를 올리는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과 비교해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IPTV, 케이블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수신료 매출과 가입자가 매년 감소하는데 콘텐츠 값만 오르는 데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양사간의 대립은 향후 콘텐츠 기업과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유료방송 주도권 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업자들이 시청자를 볼모로 싸우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며 "프로그램 사용료, 송출 수수료 등에 대한 정확한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는 CJ ENM의 수신료 인상 요구에 “갈등 상황이 개별SO까지 확대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CJ ENM은 서로 상생하고 함께 국난을 극복하는 대형콘텐츠 사업자로서의 리더십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송은정 기자 kitty897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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