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최근 개원한 21대 국회의 보험 관련 첫 법안 발의는 ‘소액단기보험법 개정안’이었다. 그만큼 소액단기보험이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임을 방증하는 셈이다.
'커피 값보다' 저렴한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은 사회 초년생이나 20~30대 젊은 직장인을 겨냥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니보험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때마침 정부와 국회에서는 소액단기보험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정책추진을 위해 법률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저성장 늪에 빠진 보험업계가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모처럼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동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소액단기보험업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 발의는 지난 국회에 이은 유 의원의 '두 번째 도전'이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보험사 설립 자본금 기준을 현행 최소 5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해 소액단기보험 전문보험사 설립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규모 자본으로 소액단기보험업이 가능해져 향후 관련 시장 ‘판’이 커지게 된다.
‘미니보험’이라 불리는 소액단기보험은 보장기간이 짧거나 필요한 보장만 골라 가입하는 대신 보험료를 월 1만원 미만으로 저렴하게 설계한 소액보험을 뜻한다. 소액단기보험은 일상생활에서 야기되는 수많은 리스크에 대한 보장성과 가입·해지의 간편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기존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가 잘 다룰 수 없었던 틈새시장을 노린 독특한 보험상품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 보험 전문가는 “소액단기보험은 배상·임대차·애완동물·변호사 선임비용 관련 보상 등과 같이 일상에서 꼭 필요한 보상이지만 기존 보험사를 통해 가입할 경우 보험료가 많이 들어 상품 가입을 망설였을 고객들이 해당 보장만을 내건 소액단기보험사 등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미니보험 시장은 ‘자본력’을 갖춘 몇몇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을 출시하는 형태다. 삼성생명의 '미니 암보험'과 한화생명 '여성건강보험', 교보생명 ‘교보미니보장보험·교보미니저축보험’, 미래에셋생명 ‘온라인 잘고른 남성미니암보험’, 현대해상 ‘하이카 타임쉐어 자동차보험’, 캐롯손해보험 ‘캐롯 990 운전자보험’ 등이 대표적인 미니보험 상품이다. 특히 ‘온라인 잘고른 남성미니암보험’의 경우 월 보험료 250원으로,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가입 가능한 국내 최저가 보험상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소액단기보험은 생활밀착형 보험이 주 상품구성이므로 고객 입장에서는 이 상품을 통해 기존에 보장 받지 못했던 다양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되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 창출에 따른 새 시장을 맞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미니보험 시장 상황은 어떨까. 소액단기보험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국가로 손꼽히는 일본은 관련 산업이 그야말로 '성황 중’이다. 일본은 지난 2006년 4월 소액단기보험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지난달 발표된 이지연 일본 동양대학 법학부 교수의 ‘일본 소액단기보험업에 대한 규제 및 주요동향’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일본 소액단기보험협회 가맹회사는 101개, 보유계약건수 831만건, 수입보험료는 1032억엔(1조1674억원)에 달한다. 새롭게 소액단기보험업에 참가한 업종 역시 공제나 이와 관련된 조직이 아닌 부동산회사, 여행회사 등으로 다양하다.
상품도 다양하다. 일본 소액단기보험 상품은 화재나 풍수해 등에 의한 가재도구의 손실을 보상하는 ‘가재보험’과 애완동물의 화장비용까지 보상하는 ‘애완동물보험’, 지진이나 조난 등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을 보상하는 ‘지진·조난보험’ 등이 있다. 또 치한으로 의심받았을 때 변호사비용을 보상하는 ‘치한원죄보험’, 공연 티켓을 구입했으나 질병 등으로 참가하지 못했을 경우 사용하지 못한 티켓비용을 보상하는 ‘티켓보험’, 입원이나 자연재해로 결혼식을 중지하게 된 경우 비용을 보상하는 ‘결혼식종합보험’ 등도 눈에 띈다.
일본에서는 활성화된 미니보험업이 우리나라에서는 ‘논의만 무성’한 이유는 뭘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보험사 입장에서 소액단기보험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미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미니보험 상품을 선보였으나, 이는 소액단기보험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기보험의 판매를 위해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보험시장으로 유입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계속적으로 보험료를 받아서 자금을 운영해야 이익이 나기 때문에 결국 장기보험을 팔아야 한다”면서 “단기보험을 통해 장기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단기보험이 보험사의 수익성 창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높은 시장 진입 장벽도 미니보헙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현행법은 보험업을 영위하려는 회사는 생명·자동차·연금보험의 경우 200억원, 화재·상해·질병보험의 경우 100억원, 기술·권리·기타보험의 경우 50억원 등 최소 자본금을 납입해야 한다. 소액단기보험이라도 여러 보장을 제공할 경우 필요한 자본금이 수백억원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진입 ‘문턱’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유 의원의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3억원 이상의 자본금으로 보험업 개시가 가능해진다. 정부도 소액단기보험사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에 발표한 ‘2020년 금융산업 혁신정책 추진계획’에는 소액단기보험사에게 요구되는 자본을 10~30억원 수준으로 대폭 완화해 소규모·특화 금융회사 신설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장 확대를 위한 움직임 속에서 미니보험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