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고 매각하고”...코로나 때문에 피눈물 쏟는 회장님들

등록 2020.05.28 16:47:06 수정 2020.05.28 17:05:25

코로나19 촉발 비상 경영위기에 총수들 “절박함 가져야” 촉구
기업들, 어려운 경영환경에 구조조정·계열사 매각 등 ‘승부수’ 총동원

[FETV=김창수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영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가운데 대기업 회장님들이 제각각 생존해법을 찾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등 승부수를 내놓고 있다. 내로라하는 재계의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나같이 선제적 대비와 위기의식 고양을 강조하며 그룹내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28일 한국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할 정도로 악화일로인 경제환경을 감안, 선제적 탈출구를 선택하는 CEO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최근 상황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각 기업들의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에 대한 이슈들도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코로나19發 구조조정의 암울한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 “변화 앞에 완전히 달라져야”…회장님들 연일 비상한 각오=전례 없는 위기상황을 맞는 주요 그룹 오너들의 각오는 비상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중국 산시성 시안 소재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과거에 발목을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화상회의로 마련한 최고경영층 협의회에서 “코로나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보며 그간 SK가 짜놓은 안전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목격했다”며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역시 “향후 10년은 지금껏 우리가 겪어온 과거 어느 때보다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미래 10년이 ‘대체 불가한 세계적 선도기업'이 되기 위한 한화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매 순간 임하자”고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 “위기 탈출 위해서라면…” 구조조정·매각 카드 꺼내는 기업들=실적이 좋지 않거나 위기를 기회로 새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이나 인수합병 역시 탄력을 받고 있다. ‘자식 같은’ 계열사와 구성원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참담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내지는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의 이동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지난 4월부터 일부 직원들에게 전화·메시지·메신저 등으로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희망퇴직에 따르는 위로금으로 연봉의 1.5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시에 최근 타 계열사로의 전적 대상자를 분류해 이를 공식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계열사 정상화를 두고 ‘근심’이 크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자산 매각으로 최소 3조원 이상의 유동성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고 저울질 중이다. 동대문 두산타워 매각이 진행된 가운데 알짜 계열사인 두산솔루스 역시 대상에 올랐다. 두산솔루스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동박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알짜 계열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현재 7000억원 안팎인 매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산그룹 채권단은 최근 두산 측에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도 요구하고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고 두산밥캣 지분을 사들여 두산밥캣의 수익이 두산중공업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로 두산중공업 자금난을 막자는 게 채권단 요구의 핵심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가를 이유로 매각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일본에서 국내로 복귀하면서 천명한 ‘포스트 코로나’ 선언 이후 롯데쇼핑도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 15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연 콘퍼런스콜에서 백화점 5곳, 할인점 16곳, 슈퍼 75곳, 롭스 25곳 등 올해 안에 700여개 점포 중 121개 매장을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 측은 “미래지향 전략으로 롯데ON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침일 뿐 인력 감축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본격적인 폐점과정에서 인력감축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소통하는 CEO’로 불리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스마트폰 대신 각종 사업들을 돌아볼 수순이 됐다. 신세계그룹 역시 올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실적이 부진한 점포는 정리수순을 밟고 있으며 ‘삐에로쇼핑’과 헬스&뷰티숍 ‘부츠’는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업계는 신세계가 향후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들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언급되는 계열사는 신세계푸드, 제주소주, 까사미아 등으로 전해진다.

 

최근 매각 논란이 있었던 신세계푸드는 2017년 실적 하락세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2016년 200억원을 지불하고 인수한 제주소주도 시장공략에 실패하며 자리를 잡지 못해 영업손실이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 인수한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도 최근 2년간 적자에 시달렸으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올해 2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웅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 웅진북센을 사모펀드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에 493억원 가량을 받고 팔았다. CJ그룹 외식 계열사인 CJ푸드빌도 지난해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2000억원에 지분 45%를 매각했다. CJ푸드빌과 관련해선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주르의 매각설도 끊임없이 나오지만 사측에선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창수 기자 crucifygatz@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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