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코로나19 사태속 40여일간 유통업계의 피해액만 수천억원이상 추산되며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위축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 임시휴업, 단축영업 등의 직접적인 피해도 계속 증가하며 1분기 실적은 기대할 수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피해액은 수 조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위축”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과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백화점 매출은 약 31%, 할인점 매출은 20% 급감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는 76% 줄어들었다.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석달 연속 감소세이며 지난해 9월 이후 11월을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상태다. 할인점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 달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인관광객은 지난 사드사태보다도 높은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인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도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247억원으로 전월보다 11.3% 급감했다. 1월 방문객 수는 383만7000명으로 4.5%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 된 2월은 해 매출이 더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이용객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여행객 수는 7만166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20만8241명) 대비 65.5가량 감소한 수치다. 인천공항 하루 여객 수가 8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8월28일(5만5517명) 이후 처음이다.
또 입국제한 조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면세업계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중, 한·일간의 항공편 급감으로 공항 이용객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일평균 24편이던 운항 편수는 한일간 입국제한 조치가 실시된 지난 9일부터 하루 1~2편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용객이 없을 경우 이마저도 운항이 취소될 수 있다. 10일에는 한국 국적기의 중국 노선이 모두 끊겼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운영중인 매장을 지난 12일부터 임시 휴점에 들어갔으며 시내면세점 5곳의 운영시간을 추가로 한시간 단축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유통업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문태 수석연구원은 “점포당 매출액이 크고 해외 입출국개 변화가 민감한 면세점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며 “최근 면세점 고성장이 외국인 매출 급증에 따른 것임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면세점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70% 이상 감소할 수 있으며 3월이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태가 끝나고 항공기 노선 재개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실적 부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해가 계속되자 면세업계는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시내면세점의 매출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높은 공항임대료가 부담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 19사태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면세점 임대료와 인도장 영업료를 감면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 입주 면세점들도 인천공항 측에 임대료 감면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김포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을 중단했다. 김포국제공항은 일본과 중국, 대만 등 단거리 왕복 노선만을 운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사실상 하늘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실상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9일부터 일본도 한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중소·중견 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M면세점과 그랜드면세점은 전날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납부를 마감해야 했던 2월분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SM면세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결국 25일 서울 시내면세점 영업을 중단하고 면세사업권을 반납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장 면세점 2곳과 입국장 면세점 1곳을 운영하는 SM면세점이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는 월 30억원이다. 이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연 16%에 가까운 연체 이자를 내야 하는데 하루에 약 130만원 정도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임대료 감면과 같은 정부 지원을 요구해왔다.
인천공항 중소·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지원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전 국가 대상 여행경보 1단계 발령 등이 19일부터 진행돼 입·출국객이 전무한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최대 6개월간 영업요율로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식의 임대료 인하 또는 휴업 시 임대료 면제를 요구했다. 또 입국장 면세점의 경우 기본요율로 임대료를 책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난 2월부터는 적자가 불가피하고 3월에는 예상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이 200%이상으로 버티기 힘든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입점한 중소·중견 4개 면세점의 3월 예상 매출은 18억2700만원, 내야 할 임대료는 46억100만원 수준으로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이 252%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자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를 3개월간 무이자 납부 유예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서 4월 말에 납부하는 3월분 임대료부터 납부를 유예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전날 납부 마감인 2월분 임대료는 유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어려움도 높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소상공인 179명을 대상으로 2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후 사업장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이 97.6%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장 방문객의 변화를 묻는 말에는 응답자 97.7%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 원인으로는 '각종 모임과 행사, 여행 등 무기한 연기·취소'가 57.4%로 가장 많았고, '확진자 이동 경로에 따른 지역 내 유동인구 감소 피해'도 22.6%였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1분기 실적전망 줄줄이 ‘하락’= 증권가에서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대한 1분기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 영업이익 추정치는 18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3개월 전보다 14.9% 감소한 수준이다.
호텔신라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54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3.7%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유통 상장사 중 전년 대비 감소폭이 가장 크다. 신세계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081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수치이며, 3개월 전보다 12% 하향됐다. 매출 추정치는 1조5433억 원으로 3개월 새 6.8% 내렸다.
이마트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756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17.3% 하향조정됐으며,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영업이익 추정치도 748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9.1% 하향조정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줄고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휴점하는 매장들도 늘어나며 매출감소세가 뚜렷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우려에 언택트소비 ‘급증’ =유통가 불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언택트로 불리는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편의점 업계는 상대적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GS리테일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7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9.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BGF리테일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은 배송이 불가한 술과 담배 매출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코로나에 대한 우려로 대부분의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더라도 술과 담배는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편의점을 찾는 수요는 코로나19 우려와 무관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온라인 카드 사용이 늘면서 지난 2월 넷째 주(2월 24일∼3월 1일)의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액은 2조7611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액은 2월 들어 첫째 주 2조920억 원에서 둘째 주 2조1111억원, 셋째 주 2조2817억 원으로 점차 증가하다가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뒤인 넷째 주에 전주 대비 21%나 급증했다. 2월 마지막 주 전체 신용카드 결제액 중 온라인 결제액의 비중은 27.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기준금리 인하와 코로나추경으로 소비심리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자금이 풀리면 내수 소비 진작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지난 18일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유통업계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 금리인하로 유통업계 소비심리 회복 기대감↑=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P) 전격 인하했다. 0%대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린 건 9.11 테러 직후였던 지난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8년 이후 세 번째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금리인하 이유를 설명했다.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로 돌입하면서 내수 및 소비 활성화 기대 심리도 높아졌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부담 완화로 이어져 소비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통화정책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동반하락되고 이에 따른 이자상환액이 감소돼 결국 소비 증가 요인이 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1.0%p 하락하면 차주들의 분기당 평균 소비(신용카드 이용액)는 약 5만원 늘어났다. 특히 변동금리 차주의 소비는 약 8만원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