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기업은행, 호실적 불구 순익이 적은 이유는...

등록 2020.02.20 14:51:54 수정 2020.02.21 08:09:19

 

[FETV=유길연 기자]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이 4대 시중은행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이익 실현에도 각각의 설립 목적과 특성으로 인해 당기순이익에서는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영업과 관련이 적은 '농업지원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업은행은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한 '신용손실충당금' 규모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농협은행. 농업지원사업비 제외 시 순익 4위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주주지분이익 기준)은 1조5171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4%(2945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으로 4대 시중은행에 근접한 기록이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순익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1조5410억원)과의 차이는 24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농업지원사업비(2997억원)를 뺀 순익은 1조7344억원으로 우리은행에 약 2000억원 앞섰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의 고유목적사업인 농업인 지원을 위해 지주사를 제외한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매분기 초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농협중앙회는 매년 10월에서 11월 사이 농협금융 자회사들이 이듬해 내야 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결정한다. 자회사들은 직전 3년간 연평균 매출의 최대 2.5% 범위 안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중앙회에 지급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실적이 증가하면서 농업지원사업비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에도 1년 전에 비해 82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로부터 농업지원사업비를 과도하게 지출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2012년 3월 신경분리 이후 지난해까지 농협금융 자회사가 중앙회에 지급한 농업지원사업비는 총 2조7331억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은 영업과 관련없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4대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 기업은행, 신용손실충당금 규모 최대..."중소기업은행"

 

기업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작년 당기순익(개별 기준)은 1조4017억원으로 6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충당금적립전이익은 3조5827억원으로 전체 1위다. 당기순익 1위인 국민은행의 충당금적립전이익(3조4317억원) 보다 약 1500억원 많은 수치다. 충당금적립전이익은 총영업이익에서 일반관리비를 뺀 수치로 은행 영업 현장에서의 수익 경쟁력을 나타낸다. 

 

반면 기업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1조6249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이는 전입액이 가장 적은 국민은행(1036억원)에 비해서 15배가 넘는다. 신용손실충당금은 은행이 신용으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장부상 비용으로 미리 처리한 금액이다. 신용손실충당금이 커질수록 순익도 덩달아 줄어든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공급하는 비중이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기업은행의 전체 대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의 비중은 78.9%다. 시중은행이 30%대인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비율이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에 의한 결과다. 기업은행은 작년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점유율은 22.6%로 1위를 차지했다.  


만약 기업은행이 신용손실충당금을 충분히 쌓지 않는다면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하락해 자산건전성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하락하면 그만큼 시장에 좋지 못한 사인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작년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89%로 전년과 동일했지만 시중은행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이는 기업은행의 전체 여신 가운데 부실 등급인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28%로 시중은행의 단순 평균치(0.45%) 대비 3배 가까이 높다. 시중은행에 비해 부실 등급의 여신 비중이 높은 만큼 신용손실충당금을 더 쌓아야하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이 영업에서 많은 이익을 거둬도 당기순익 부문에서 시중은행을 넘어서기 힘든 이유다.



유길연 기자 gilyeonyoo@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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