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6/art_15614288856963_f44a37.jpg)
[FETV=김윤섭 기자] 총수에 오른 뒤 ‘경영권 안정’이 최대 과제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숨을 돌렸다.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KCGI(일명 강성부 펀드)의 경영권 위협으로 수세에 몰렸던 한진가 입장에서는 사업 시너지 효과는 물론 경영권 방어까지 ‘일타쌍피’의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델타항공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앞으로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우호지분 28.93% ▲KCGI 15.98% ▲델타항공 4.3% ▲국민연금 4.11% 순으로 구성됐다. 만약 델타항공이 계획대로 10%까지 지분을 끌어 올리고, 한진그룹 사주 일가가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은 40%가까이 오르게 된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보하더라도 조 회장 측에 맞서 경영권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해 왔다. 그런데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대출 기간 연장을 거부하면서 KCGI의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위처럼 백기사를 등에 업고 당장의 경영권 방어 숙제를 해결한 조 회장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시험대에 올랐다.
강력한 우군을 얻은 만큼 빠른 경영 안정화를 통해 시장과 내부의 인정을 받아야 하며, KCGI와 표 대결을 벌일 내년 주주총회 준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조 회장의 내년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연임에 대한 표 대결이 경영권 분쟁의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626/art_15614288865804_a36122.jpg)
24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있어서는 상속세 마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복귀 등이 변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오는 10월까지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상속세는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후부터는 가산세가 추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마무리할 것이라는게 주된 시각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일 IATA 총회 기자회견에서 상속 문제에 대해 “협의가 완료됐다고 말은 못 한다”면서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전후 2개월(총 4개월) 동안의 시세 평균으로 상속세를 평가하는데 이 기간 한진칼 주가는 73% 상승하면서 내야 할 상속세는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면 오는 2024년까지 매년 503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1년 차 상속세는 조 전 회장의 퇴직금 상속을 통해 낼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의 예상 퇴직금은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등 5개 기업 합계 1018억~1333억원으로 산출된다. 퇴직금에 대한 상속세(509억~666억원) 납부 하더라도 509억~666억원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년차 이후로는 대주주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양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보유 지분 28.93%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7.75%를 금융권, 국세청 등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가로 대주주 담보 대출이 가능하며 2년차 이후 납부해야 하는 2519억원의 상속세를 100% 담보 대출로 해결시 대주주가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은 2년차 20억원, 3년차 40억, 4년차 80억원 수준으로 이는 대주주 일가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석기업 매각이나 정석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매각을 통한 배당 지급도 상속세 마련 시나리오로 꼽히고 있다. 정석기업은 한진칼 48.27%, 조 전 회장이 20.64%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임대 및 건물 관리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조 회장의 경영권 안정에 지분 4.1%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지지 여부도 관건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26일 조 전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반면 조 전 회장의 오른팔 격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조 회장과 KCGI가 한진칼 지분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사내이사 후보 선임에 대해서 독립성, 충실의무 수행, 과도한 겸직 여부 등 기준을 위배하지 않는 사내 외 후보를 임명하면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연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그룹 회장 등의 사내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대주주(특수 관계인)의 사내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2020년 주총에서 사측이 국민연금의 지지를 확실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조원태 후보의 퇴진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변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일선 복귀 문제다. 조원태 회장은 비판 여론에도 남매 갈등설을 봉합하기 위해 조현민 전무를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시켰다. 그러면서 법정 구속을 피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사건 전 칼호텔네트워크와 한진관광 대표이사 등을 맡아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을 총괄했다.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복귀를 시도했지만, 조현민 전무의 물컵 사건으로 무산된 바 있다. 조원태 회장이 주력인 항공부문을 총괄하고 조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조 전무가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역할을 분담한다면 그룹 내 파벌을 봉합하면서도 적절한 경영권 안배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사측 일가를 동정하는 시각이 커졌다는 점도 무시 못할 변수”라며 “경영권 위협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형제간 분쟁보다 KCGI와 대결에 화력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